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세 건 중 한 건이 검찰(현 공소청)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검경 간 수사권 다툼이 발생할 때마다 검찰의 ‘영장 문턱’이 높아진다며 불만을 터뜨렸고, 검찰은 소명이 부족한 영장 신청이 잇따른 결과라고 맞섰다. 경찰과 공소청 간 ‘핑퐁’으로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권 다툼 때마다 높아진 ‘영장 문턱’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檢기각률 30% 넘어
4일 법무부와 공소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2만6961건 가운데 9186건(34.1%)을 기각했다. 영장 기각은 검사가 혐의 소명이나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지 않는 조치다.

2018~2020년 18% 수준에 머물던 구속영장 기각률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을 거치며 20%대로 올라갔다. 당시 검사의 경찰 수사지휘권은 폐지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부여됐지만, 영장 청구권은 검찰에 그대로 남았다. 이 때문에 영장 청구권이 경찰 수사를 견제할 검찰의 사실상 ‘마지막 보루’가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권이 재편될 때마다 영장을 둘러싼 긴장이 커진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공소청 집계에 따르면 구속영장 기각률은 2021년 22.9%에서 2022년 23.2%, 2023년 25.0%, 2024년 24.7%, 지난해 26.8%였다가 형사사법 체계가 다시 개편된 올해 34.1%로 뛰었다. 한 경정급 경찰관은 “요즘 판례 보충 같은 공감하기 어려운 이유로 영장을 돌려보내는 일이 잦다”고 했다.

검찰은 경찰의 영장 신청이 늘면서 혐의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은 영장 신청이 함께 늘어난 점을 기각률 상승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대공소청 관계자는 “위법 수집 증거 문제 등으로 적법한 증거 확보의 중요성이 커진 데다 법원의 영장 심사도 엄격해지면서 검찰 역시 영장 요건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추세”라고 말했다.

◇경찰·공소청 ‘협업 시험대’

경찰과 공소청 간에 수사 방향과 증거의 충분성을 둘러싼 판단 차이가 커지면 사건 처리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공소청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가 일단 피의자를 구속한 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기소하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구속 기간 내 기소할 정도로 수사가 충분하지 않다면 영장 청구를 기각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찰이 구속된 피의자를 송치하면 공소청은 10일 이내에 기소해야 한다.

경찰은 공소청과의 협업 공백을 줄이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달 전국 시·도 경찰청에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등을 전담 관리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검사 요구사건의 처리 상황을 별도로 관리해 사건 지연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다. 또 지난달 29일 공포된 개정 수사 준칙에도 검경 협력 강화 방안이 담겼다. 수사·송치 과정에서 이견이 있거나 협력이 필요할 때 서로 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에 응하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사 요구사건 전담 관리부서와 중요직무범죄수사대 신설 등을 통해 신속하고 완결성 있는 수사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수사의 공정성을 높여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진영기/김유진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