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경·문신학
하준경·문신학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정책실장에 교수 출신 경제학자인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을 승진 발탁했다. 경제성장수석에는 문신학 산업통상부 1차관을 임명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 정책 참모와 재정경제부·국토교통부 차관 등의 인선을 발표했다. 하 정책실장은 한양대 경제학부(에리카) 교수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오랜 경제 멘토다. ‘창조적 파괴’ 이론을 제시한 조지프 슘페터의 성장론을 연구한 학자다. 성 수석은 “사회와 경제 정책을 두루 아우르며 복지, 일자리, 교육, 주거 등 국민 삶과 직결된 분야에서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변화를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문 수석은 행시(38회) 출신 산업통상부 정통 관료로 에너지 정책 전문가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할 당시 담당 국장이었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지만 2024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재경부 1차관에는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국토부 2차관에는 정의경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이 임명됐다. 권 차관(38회)과 정 차관(41회) 모두 행시 출신 관료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평화외교특보에 6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방정책특보에는 같은 당 4성 장군 출신인 재선 김병주 의원을 위촉했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에는 박정현 전 부여군수를 임명했다.
< 웃음짓는 하준경 > 하준경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 두 번째)이 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축하 인사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범준 기자
< 웃음짓는 하준경 > 하준경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 두 번째)이 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축하 인사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범준 기자

河 '창조적 파괴' 슘페터 연구해…"국민 체감 가능한 변화 만들 것"
文 수석, 산업·에너지 정책 전문가…첨단산업 성장동력 확보 힘쓸 듯

이재명 대통령이 정책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정책실장에 내부 인사를 발탁하고, 경제성장수석에 정통 관료를 기용했다. 외부 영입을 통한 ‘깜짝 인선’보다 현 정부 출범 때부터 호흡을 맞춘 인사를 중용해 집권 2년 차 국정 운영을 보다 안정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정 성장·양극화 해소 연구”

하준경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은 성장론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의 오랜 경제 책사다. 기업 혁신을 통한 잠재성장률 제고를 연구해 온 중도 성향의 주류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의 제자이기도 하다. 하윗 교수 지도 아래 기업 혁신과 경제 성장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슘페터 성장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2년 대선 때 이 대통령 싱크탱크에서 경제1분과 위원장을 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공정 성장과 양극화 해소 등을 성장 전략에 결합한 대표적 학자”라고 설명했다.

하 실장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주거·일자리·서민금융 분야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3대 사회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사회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신임 정책실장 인선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성 수석은 “하 실장이 국민 삶과 직결된 분야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변화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경제성장수석실뿐만 아니라 노동·복지·교육 정책을 관할하는 사회수석실까지 총괄하면서 6대 구조개혁(규제, 금융, 공공, 연금, 교육, 노동) 과제도 책임지게 됐다.

그러나 오랜 기간 성장론을 연구한 하 실장이 집권 2년 차 이재명 정부가 추진할 복지, 교육, 주거 등 ‘랜드마크’ 사회 정책을 이끌 적임자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린다. 청와대는 지난해 6월 하 실장을 첫 경제성장수석으로 임명하면서 복지, 양극화 해소가 아니라 거시경제와 산업 정책 적임자라는 점을 인선 배경으로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하 실장 발탁이 정책 연속성은 있겠지만 사회 정책을 이끌 적임자인지는 의문이 있다”고 했다. 반면 “성장과 복지 정책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데는 하 실장 같은 경제학자가 적합하다”는 평가도 있다.

◇재경부 대신 산업부 관료 발탁

성장 전략을 짜던 하 실장이 빠진 경제성장수석 자리에는 산업·에너지 정책 전문가인 문신학 산업통상부 1차관을 기용했다. 문 수석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뿐만 아니라 석유·철강 같은 전통 산업 정책 입안을 두루 경험했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부 원전산업 담당 국장을 맡아 윤석열 정부에서 구속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산업부 관료가 경제성장수석에 기용된 건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경제수석이던 박원주 수석 정도가 유일하다.

통상 재정경제부(옛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나 거시경제 전문가가 앉던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자리에 산업부 관료를 인선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라는 의도다. 성 수석은 “3대 메가프로젝트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빠르게 추진하는 것은 물론 실행 중심의 경제 성장 전략으로 잠재성장률 회복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거시경제 흐름이 개선된 것도 경제 관료가 아니라 산업 관료를 발탁한 배경으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상향(2.6%→3.7%)하는 등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산업부는 이원주 국가전략투자보좌관을 포함해 청와대 수석급 참모 2명을 배출하게 됐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옛 기획재정부 출신 수석은 한 명도 없다.

한재영/김형규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