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는 이진수 법무장관 직무대행 (사진=연합뉴스)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는 이진수 법무장관 직무대행 (사진=연합뉴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8일 “수원지검의 조작이 국회 국정조사 등을 통해 상당 부분 드러났음에도 진상 규명이 진행되지 않고 지체되는 게 답답하고 억울하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이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화가 많이 났고, 그를 가석방해 달라고 이 대통령과 청와대에 요구하고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옥중 입장문을 냈다.

법무부가 이 전 부지사의 가석방 논란에 대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심사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계파 갈등과 맞물려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 개혁은 법원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변호사가 저의 오랜 수형 생활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한 모양”이라며 “저의 진의와 다른 부분이 있어 정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작된 누명으로 저와 마찬가지의 고통을 받고 계실 대통령님의 고뇌도 공감한다”고 했다. 이어 “거짓을 조작한 수원지검 검사들을 특검이 신속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며 “범죄를 저지른 검사들을 처벌하는 것은 검찰 개혁의 당연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 송금 사건은 검찰이 조작했지만, 그 조작을 완성한 건 법원”이라며 “변호인이 제시한 무죄 증거를 배척하면서 그 이유를 쓰지 않아도 유죄 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 지금의 형사소송법이 판사의 독단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썼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감에서 이진수 법무부 차관(장관 직무대행)은 “(이 전 부지사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심사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통상 형기의 3분의 2 이상을 복역해야 하는 가석방 기준에 비춰볼 때 징역 7년8개월 중 약 4년1개월을 복역한 이 전 부지사는 요건 미달이라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김승원 의원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 직후 가석방 요구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석방의 ‘동아줄’로 여겨지던 김 의원이 지난달 낙마하자 기댈 언덕이 사라진 이 전 부지사 측이 막무가내식 벼랑 끝 전술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는 지난 전당대회 당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경쟁한 정청래 후보를 지지해 친명(친이재명) 주류로부터 반명(반이재명) 낙인이 찍힌 인물이다. 이 때문에 친명계에서는 김 변호사의 주장을 단순 구제 호소를 넘어 계파 갈등과 얽힌 ‘시한폭탄식 협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용남 민주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도 라디오에서 “가석방 가능성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얘기를 던진 것”이라며 “의뢰인의 이익에 반하고 변호인 본인의 정치적 이유 내지는 동기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심부터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변호사는 SNS에 “주변에서 오버하지 말라는 경고가 들려온다. 직접 연락해서 말하는 이는 없다. 비겁한 자들”이라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잠시 내려놓고자 한국을 떠나 싱가포르로 왔다”고 했다.

최형창/이에스더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