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유명 갤러리들 한남동으로 대이동… 밀려나는 강남·청담
글래드스톤 이어 탕컨템포러리도 한남동행
미술관·화랑 몰린 한남, 걸어서 도는 '갤러리 호핑' 쉬워
불황 속 몸집 키우는 화랑들…'될 곳만 된다'
미술관·화랑 몰린 한남, 걸어서 도는 '갤러리 호핑' 쉬워
불황 속 몸집 키우는 화랑들…'될 곳만 된다'
청담동에 화랑들이 본격적으로 몰리기 시작한 건 세계적인 미술 장터인 프리즈 서울이 한국에서 열린 2022년을 전후해서다. 해외 화랑들은 앞다퉈 청담동에 진출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부촌인 데다, 프리즈가 열리는 코엑스와 가까워 프리즈 관람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제 강남이 새로운 미술 중심지"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최근 뒤집히는 모양새다.
'중심' 없는 청담동 떠나는 갤러리들
청담동과 한남동의 가장 큰 차이는 중심이 되는 미술관의 존재다. 삼청동 권역의 국립현대미술관과 한남동의 리움미술관은 전시를 열 때마다 미술계 주요 인사들을 불러 모은다. 한국을 찾은 해외 미술계 인사들도 이 두 곳은 주기적으로 꼭 들른다. 미술 애호가들이나 컬렉터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청담에 있는 미술관 중에서는 그만큼의 무게감을 지닌 곳이 없다.
갤러리들을 산책하듯 돌아다니는 '갤러리 호핑'이 힘들다는 것도 청담동의 단점이다. 거리로만 따지면 그리 멀지 않지만, 밀집도가 낮다. 삼청동과 한남동 권역의 갤러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다니기 편한 것과 대조적이다. 청담동의 한 갤러리 관계자는 "삼청동과 한남동에 비해 걸어다니며 갤러리들을 보는 맛이 없고 피로하다는 컬렉터들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한남동은 갤러리가 밀집돼 있고, 한강진역에서 이태원역 사이의 갤러리 밀도는 삼청동에 뒤지지 않는다. 덕분에 페이스, 리만머핀, 파운드리서울 등 10곳 안팎의 국내외 유력 갤러리들을 리움미술관 반경 500m 안에서 한 번에 둘러볼 수 있게 됐다.
'될 곳만 된다'
한남동으로 온 화랑들이 이사를 오면서 몸집을 키웠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글래드스톤의 새 공간은 청담동 시절의 약 두 배다. 갤러리바톤도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게 됐다. 탕컨템포러리는 층고가 8m 넘는 전시 공간을 건물 중앙에 확보할 예정이다. 지난해 쾨닉과 VSF가 한국에서 철수하고, 페레스프로젝트 한국 지점이 본사 파산으로 문을 닫은 것과 대조적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미술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가를 소개하고 한국 컬렉터들의 입맛에 맞춘 전략을 펼친 갤러리들은 오히려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2022년 말부터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미술시장이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세계 최대 미술 장터(아트페어)를 여는 아트바젤과 스위스 금융그룹 UBS가 올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 거래액은 596억달러(약 81조원)로 2년 연속 줄다가 4% 늘었다. 설문에 참여한 화랑들의 43%는 올해 매출이 늘 것으로, 38%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