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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터진 참나무, 15번 담금질한 숟가락…강원 공예 136점 원주에 모였다
'찾아가는 공예명작전' 강원 전시
작가·단체 27팀 작품 136점
원주 학성갤러리서 10월 24일까지
작가·단체 27팀 작품 136점
원주 학성갤러리서 10월 24일까지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의 순회전 '찾아가는 공예명작전'의 강원권 전시다. 찾아가는 공예명작전은 공예 명작 600여 점을 들고 전국 4개 권역 전시장 13곳을 도는 순회전으로, 지난 7월 충청과 호남·제주, 8월 영남에 이어 강원이 마지막 권역이다.
기획은 지난해 청주공예비엔날레 책임큐레이터를 지낸 오가영 큐레이터가 맡았다. 작가와 단체 27팀이 136점을 내놨다. 제목의 호모 파베르는 '만드는 인간', 호모 센티엔스는 '느끼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재료를 만진 사람의 손 감각이 작품에 흔적으로 남고, 보는 사람은 그 흔적에서 만드는 과정을 읽는다는 게 기획의 뜻이다. 전시는 재료를 있는 그대로 보는 '물성', 작가가 재료를 바꾼 '변형', 공간으로 넓히는 '확장' 3부로 짜였다.
강릉에서 3대째 방짜공방을 잇는 방짜수저장 김우찬은 숟가락 10점과 젓가락 5점을 나란히 놓았다. 구리와 주석을 섞은 놋쇠를 불에 달궈 두드리고 15번 넘게 담금질해 만든 것들이다. 손잡이가 크게 휜 것과 곧게 뻗은 것, 끝이 제비 꼬리처럼 갈라진 것이 한 줄에 놓여 있어 같은 숟가락이 손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 눈에 들어온다.
김윤배는 참나무 띠에 증기를 쐬어 손으로 구부린 뒤 불을 질렀다. 높이 118㎝의 검은 회오리 '나무를 구부리고 형태가 드러나는 날'의 표면에는 불에 터지고 갈라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태훈이 입으로 불어 만든 분홍빛 유리 '봄의 홑 씨' 안쪽에는 숨의 흔적이 남았다.
2부 '변형'에서 박예린은 백자 흙 한 덩이를 물레로 기둥처럼 올려 말린 뒤 칼로 깎았다. 그리고 가는 축에 얇은 층이 겹친 탑을 세웠다. 탑은 가마 안에서 열과 무게를 못 이기고 휘었다. 김덕호는 흰 흙과 푸른 흙을 함께 반죽해 물레로 올린 뒤 표면을 칼로 깎았다. 대리석 같은 무늬가 드러난 길쭉한 항아리 '흔적'이다.
낯선 재료도 있다. 김용주의 주재료는 '찍찍이'로 통하는 벨크로다. 염색한 벨크로를 하키스틱 모양으로 잘라 겹겹이 쌓고 바느질로 고정해 목걸이와 브로치를 만들었다. 가까이 보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팎 구분 없이 이어진다. 권슬기는 실리콘을 부풀려 생명체를 닮은 브로치를, 김준수는 가죽을 가늘고 긴 띠로 잘라 한 줄씩 이어 붙여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높이 128㎝의 기둥을 만들었다.
*본 기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