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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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끝나면 체중계 앞에서 당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기름진 명절 음식과 늦은 야식, 음주가 이어지면서 며칠 사이 몸무게가 늘기 때문이다. 이때 ‘살 빼는 주사’로 알려진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찾는 수요도 커진다. 하지만 이들 약은 연휴 뒤 불어난 체중을 단기간에 되돌리는 미용 목적의 주사제가 아니라, 식사·운동과 함께 써야 하는 만성 비만 치료용 전문의약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허가된 대상과 용법·용량 안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급찐 살’을 빼기 위해 무턱대고 맞기보다, 약의 작동 원리와 처방 기준, 부작용을 먼저 따져야 하는 이유다.

배고픔은 줄이고 포만감은 늘린다

위고비의 성분명은 세마글루타이드다. 장에서 식사 후 분비되는 GLP-1 호르몬과 비슷하게 작용하는 약물이다. GLP-1은 혈당이 높아졌을 때 인슐린 분비를 돕고, 혈당을 올리는 글루카곤 분비를 낮춘다. 동시에 위에서 음식물이 내려가는 속도를 늦추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도록 해 음식 섭취량을 줄이는 데 관여한다.

마운자로의 주성분 티르제파타이드는 GLP-1에 더해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GIP) 수용체에도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다. 두 약 모두 주 1회 투여하는 방식이며, 식욕과 포만감, 위 배출 속도에 영향을 줘 체중 감소를 돕는다.

다만 이를 ‘맞으면 저절로 살이 빠지는 주사’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 약물은 저열량 식사와 신체활동을 병행하는 체중관리의 보조 수단이기 때문이다. 사용 초기부터 고용량을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메스꺼움·구토 등 위장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저용량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용량을 올린다. 명절 뒤 며칠 사이 늘어난 체중을 한두 번의 주사로 빼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효과 크지만…전제 조건은 '장기 관리'

임상시험에서 체중 감량 효과는 비교적 뚜렷했다. 세마글루타이드 2.4㎎을 평가한 STEP 1 연구에서는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이 식사·운동 관리와 약물을 병행했을 때 68주 후 평균 체중이 시작 시점보다 14.9% 감소했다. 위약군의 평균 감소율은 2.4%였다.

티르제파타이드를 평가한 SURMOUNT-1 연구에서는 72주 시점 평균 체중 감소율이 5㎎군 15.0%, 10㎎군 19.5%, 15㎎군 20.9%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당뇨병이 없는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다만 이 수치는 수십 주 동안 약물과 생활습관 관리를 병행한 임상시험의 평균 결과다. 개인별 감량 폭은 시작 체중, 식사·운동 습관, 동반질환, 견딜 수 있는 용량, 치료 지속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시험 대상자와 투여 용량, 연구 설계도 달라 감량률만으로 두 약의 효과를 단순 비교하기도 어렵다.

약을 중단한 뒤에는 식욕이 다시 늘고 체중이 재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비만을 일시적 체중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할 질환으로 보는 이유다.

처방 기준은 분명하다. 국내에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BMI가 27㎏/㎡ 이상 30㎏/㎡ 미만이라면 고혈압, 당뇨병 등 체중 관련 동반질환을 한 가지 이상 가진 성인 과체중 환자가 대상이다.

명절 뒤 체중이 2~3㎏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약물 치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연휴 직후 체중 증가는 과식뿐 아니라 나트륨 섭취 증가에 따른 수분 저류, 수면 부족, 배변 변화 등이 함께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우선 며칠간 식사량과 음주를 조절하고 수면·활동량을 일상 수준으로 되돌린 뒤 변화를 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처방을 고려한다면 진료 전 현재 복용 중인 약, 당뇨병 여부, 췌장염·담낭질환 병력, 위장관 질환, 갑상선 질환, 임신·임신 계획 등을 빠짐없이 알려야 한다. 특히 인슐린이나 설폰요소제 계열 혈당강하제를 쓰는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 위험을 의료진과 점검해야 한다.

속 울렁거림부터 심할 땐 췌장염 위험도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위장관 증상이다.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 복통, 소화불량, 복부 팽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두통, 피로, 어지러움, 주사 부위 통증·발진도 보고된다. 위고비 허가사항은 메스꺼움, 설사, 구토, 변비, 복통 등을 성인과 12세 이상 소아·청소년에서 5% 이상 발생하는 대표적 이상반응으로 제시한다.

대부분의 위장관 증상은 치료 초기나 용량을 높이는 시기에 나타날 수 있다. 기름진 음식이나 과식을 피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구토·설사가 심하거나 오래 지속된다면 탈수와 신장 기능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다음 투여를 임의로 결정하지 말고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다만 일부 증상은 단순한 투약 초기 반응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복통이 지속되거나 통증이 등 쪽으로 번질 경우 급성 췌장염 가능성을, 오른쪽 윗배 통증에 발열·황달이 동반될 경우 담낭 질환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구토가 반복돼 물이나 음식 섭취가 어려운 경우에는 탈수와 신장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진료가 필요하다. 얼굴·입술·혀·목이 붓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증상은 중증 알레르기 반응일 수 있는 만큼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소변량 감소와 심한 갈증, 어지러움이 함께 나타나는 것도 탈수 신호일 수 있어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GLP-1 계열 약물은 급성 췌장염, 담낭질환, 급성 신장손상, 중증 알레르기 반응 등이 생기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위고비는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약물에서 관찰된 급성 췌장염과 담낭질환, 당뇨망막병증 합병증 가능성 등을 주요 경고·주의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위고비는 본인 또는 가족에게 수질성 갑상선암(MTC) 병력이 있는 사람, 다발성내분비종양증 2형(MEN2) 환자에게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 세마글루타이드나 약물 첨가제에 중증 과민반응을 보인 병력이 있는 경우도 금기에 해당한다.

위 배출이 크게 지연되는 중증 위장관 질환이 있거나, 췌장염·담석·담낭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도 처방 전 위험과 기대효과를 신중히 따져야 한다. 당뇨망막병증이 있는 당뇨병 환자도 혈당 변화에 따른 안과적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단기 다이어트 아닌 비만 치료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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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된 치료 선택지다. 다만 효과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누구에게나 적합한 것은 아니다.

치료 대상이 아닌 사람이 단기간 감량만을 목표로 사용하거나, 온라인·해외직구 등 비공식 경로로 제품을 구하는 것은 가짜 의약품과 보관 불량, 부작용 대응 지연 등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식약처도 "허가된 적응증과 용법·용량에 맞춰 의료전문가의 처방 아래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명절 뒤 늘어난 체중은 급하게 빼려 하기보다 식사와 수면, 활동량을 먼저 정상화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그럼에도 비만 기준에 해당하거나 고혈압·당뇨 등 체중 관련 질환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면, 의료진과 상담해 약물 치료의 이득과 위험을 따져보는 것이 순서다. GLP-1 치료제는 ‘급찐 살’ 해결책이 아니라,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장기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비만 치료 도구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