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부산 예술감독 정명훈 / 클래식부산 제공
클래식부산 예술감독 정명훈 / 클래식부산 제공
지휘자 정명훈과 부산의 인연은 오래됐다. 그는 1953년 7남매 중 여섯째로 부산에서 태어났다. 이후 해외에서 활동하면서도 부산의 젊은 음악가들을 지도하고 지역 무대에 서는 등 부산과의 관계를 이어왔다. 2023년 클래식부산 초대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이 인연은 공식적인 역할로도 이어졌다. 오는 10월에는 부산에서 무료 야외공연과 오페라,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등 성격이 다른 세 개의 무대를 지휘한다.

정명훈은 2023년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아우르는 클래식부산의 초대 예술감독으로 위촉됐다. 지난해 부산콘서트홀 개관을 이끈 데 이어 지난 7월 임기를 2028년 6월까지 연장했다. 내년 9월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중장기 운영 방향과 개관 페스티벌 준비에도 참여하고 있다.

정명훈과 부산의 오래된 예술적 인연 가운데 하나는 '소년의집 관현악단'이다. 부산의 아동복지시설 소년의집에서 생활하던 중·고등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다. 정명훈은 2005년 마스터클래스를 계기로 이들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막내아들 정민(강릉시향 상임지휘자)을 부산으로 보내 단원들을 지도하도록 했다. 자신도 부산을 찾아 연습을 지도했다. 이 인연은 2010년 소년의집 관현악단의 뉴욕 카네기홀 공연으로 이어졌다.
피아니스트 김세현 / ©Shinjoong Kim
피아니스트 김세현 / ©Shinjoong Kim
정명훈의 부산 활동은 다음달 더욱 두드러진다. 10월 3일 부산시민공원 야외무대에서 KBS교향악단을 지휘한다. 전석 무료 공연이다. 지난해 프랑스 롱티보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세현이 협연자로 나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을 연주한다. 정명훈과 KBS교향악단은 브람스 교향곡 제 2번을 들려준다.
부산콘서트홀 콘서트오페라 '오텔로'에 출연하는 테너 그레고리 쿤데 / 클래식부산 제공.
부산콘서트홀 콘서트오페라 '오텔로'에 출연하는 테너 그레고리 쿤데 / 클래식부산 제공.
불과 일주일 뒤에는 정명훈이 아시아필하모닉(APO)과 함께 오페라를 공연한다. 10월 10~11일에는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다. 무대장치와 연출을 최소화하고 오케스트라와 성악에 집중하는 형식이다. 부산콘서트홀 개관 1주년을 기념해 클래식 부산이 직접 기획·제작하는 작품이다. 세계적 테너 그레고리 쿤데가 타이틀롤 오텔로 역을 노래한다. 세르비아 출신 바리톤 젤리코 루치치가 이아고 역으로 출연한다. 독일 도르트문트 오페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소프라노 손지혜(안나 손)가 데스데모나 역을 맡는다. 세계적인 성악가뿐 아니라 부산 출신 성악가와 지역 합창단도 무대에 오른다. 내년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을 앞두고 지역의 오페라 제작 역량을 쌓겠다는 취지다.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 / 클래식 부산 제공.  ©Davide Cerati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 / 클래식 부산 제공. ©Davide Cerati
10월 20일 부산콘서트홀에서는 정명훈과 25년 가까이 호흡을 맞춰온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부산을 찾는다. 정명훈과 도쿄필의 인연은 2001년 시작됐다. 정명훈은 특별예술고문과 계관명예지휘자를 거쳐 2016년부터 도쿄필의 명예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이날 공연에서는 바이올린 거장 막심 벤게로프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고 정명훈이 이끄는 도쿄필이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
10월 정명훈과 부산에서 공연하는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클래식부산 제공. ©Takafumi Ueno
10월 정명훈과 부산에서 공연하는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클래식부산 제공. ©Takafumi Ueno
부산 시민을 위한 무료 야외공연부터 오페라, 해외 악단의 내한공연까지 정명훈이 부산에서 선보이는 무대의 성격은 제각각이다. 예술감독이라는 직함이 거장 정명훈과 부산의 인연을 만든 것은 아니다. 부산은 정명훈이 평생 음악으로 얻은 것을 다시 나누는 본거지로 거듭났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