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조직 늘리기 몰두하는 정부부처
12·3 비상계엄 극복에 기여한 사람을 발굴해 인증서를 수여하는 데 나랏돈 131억원을 투입한다. 지난 7월 출범한 ‘빛의위원회’에 올해 예비비 52억원과 내년도 예산 79억원을 편성한 영향이다. 계엄 극복 기여자를 선정하는 기준이 불분명한 데다 ‘인증서를 받은 국민은 빛이고 나머지는 어둠이냐’는 논란이 여전하다.

올해 신설한 대통령 직속 기본사회위원회에도 내년에 37억원을 투입한다. 기본사회는 주거와 의료, 돌봄 등 국민 생활에 필요한 기본 서비스를 국가가 보장한다는 현 정부의 핵심 정책 개념이다. 하지만 주거는 국토교통부, 의료와 돌봄은 보건복지부 등 이미 소관 부처가 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담당 부처를 총괄·조정한다지만 ‘옥상옥’이자 업무 중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년 설립을 추진하는 동물복지진흥원에도 준비 예산으로 10억원을 편성했다. 진흥원 설립을 위한 근거법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부터 확보한 데 대한 비판이 많다.

부처 몸집도 비대해지고 있다. 복지부는 올 7월 조직 개편을 통해 1실·1관·5과·2팀을 신설하고 정원을 29명 확대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했지만 기존 부서 업무를 재배치하면서 실·국장 자리만 늘렸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부가 정책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기존 부처를 놔두고 별도 위원회·추진단부터 꾸리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정부의 ‘조직 확장 본능’을 감시해야 하는 담당 부처마저 견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정부 조직·정원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와 조직 예산을 집행하는 기획예산처가 신설 조직을 소속 공무원의 파견·승진 통로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예산처는 6월 국장급 공무원 두 명을 승진시켜 각각 국토공간대전환정책 실무추진단과 지방시대위원회에 배치했다. 행안부도 기본사회위원회 출범 과정에서 실장급 공무원을 기획단장으로 보냈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조직을 신설할 때마다 행안부·예산처 몫의 자리를 한두 개씩 넣는다”고 설명했다.

조직 신설의 필요성을 따져 묻고, 예산 낭비를 틀어막아야 할 두 부처가 수혜자가 되다 보니 국민은 새로운 정책이 나오면 기대되는 정책 효과보다 ‘어느 부처의 조직을 늘리려는 포석’인지부터 의심하게 된다.

예산처와 행안부가 조직 신설의 혜택을 먼저 누리고, 복지부 같은 관련 부처가 부처 확장에 슬며시 숟가락을 얹는 이해상충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억제하는 대신 필요한 곳에 재정을 집중시키는 이재명 대통령의 ‘생산적 재정’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