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절차는 건너뛰고 결과만 남은 '모두의창업'
“이미 나온 얘기를 반복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어차피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고 있는데요.”

참가자 5000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모두의창업’ 1차 프로젝트의 플랫폼 개발업체 선정 경위를 묻자 중소벤처기업부 고위 관계자에게서 돌아온 답변이다. 지난 6월 한성숙 당시 중기부 장관의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다 제기된 지적이라는 볼멘소리였다. 물론 사업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로선 부정적 문제를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 모두의창업은 2차 신청 접수까지 마감했다. 내년도 사업 예산 규모도 4411억원으로 올해보다 일곱 배가량 증액 편성했다.

하지만 “앞으로 잘되길 지켜봐 달라”는 식으로 유야무야 지나가기엔 남은 의문이 가볍지 않다. 우선 정부 신뢰에 흠이 생겼다. 한 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플랫폼 개발업체인 트리플오스와 계약한 경위를 묻는 질문에 “신한은행과의 관계 속에서 민간 협력으로 이뤄진 부분”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읽힌다. 사업 집행기관 격인 창업진흥원도 “계약은 신한은행과 트리플오스 사이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우리는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런데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창업진흥원의 과업지시서는 이런 설명과 달랐다. 창업진흥원은 신한은행에 플랫폼 구축 업체를 트리플오스로, 계약 금액을 14억5000만원으로 명시한 과업지시서를 전달했고 계약은 그대로 맺어졌다. 중기부는 이에 대해 ‘추천’이라고 주장했지만 단일 업체만 명시한 정부 기관의 지시서를 ‘추천’으로 읽을 사기업이 어디 있을까.

경쟁 입찰 절차를 건너뛴 점도 짚어봐야 한다. 민간 업체가 개발한 플랫폼은 결국 창업진흥원에 귀속되지만, 계약 주체가 신한은행이라는 명목상의 이유로 공개 입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경쟁 입찰은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이는 사업 역량을 여러 단계에 걸쳐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절차다. 이를 건너뛰고 사실상 수의계약을 맺는 방식이 보편화하면 자칫 다른 사업에서 남용될 여지가 있다.

트리플오스가 선정된 배경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중기부는 “공공 플랫폼 구축 경험은 없지만 민간 플랫폼 구축 이력은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능력 검증을 거쳤는지를 처음부터 투명하게 밝혀야 했다. 이는 단순히 계약금 14억5000만원을 누구에게 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허술한 보안 시스템으로 5000명의 개인정보와 창업 아이디어가 유출됐다. 문제가 반복되는 일을 막으려면 번거롭더라도 계속해서 의문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정부를 견제하는 언론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