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치료 관리가 강화되자 로봇을 이용한 근골격계 치료를 고가의 다른 비급여 치료로 바꿔 청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진료비가 낮은 견인치료와 유사한 치료인데도 신장분사 등 고가 비급여 치료를 받은 것처럼 청구하는 식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도수치료 관리 강화의 빈틈을 노린 ‘꼼수 청구’가 새로운 실손보험금 누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독] '1만원→10만원'…도수치료 막았더니 '어떻게 이럴 수가'

◇다른 항목으로 처리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A병원은 지난달 한 환자에게 ‘로봇 교정치료’와 전기치료를 시행한 뒤 진료비 영수증에는 비급여인 신장분사 치료를 한 것으로 기재해 10만원을 청구했다. 로봇 교정치료는 환자가 기기에 앉거나 누우면 기계가 목이나 허리 등을 잡아당기거나 움직여 근육과 관절을 이완하는 치료다. 사람이 직접 환자의 몸을 움직이는 도수치료와 달리 치료 과정 대부분을 기계가 수행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이 같은 로봇 교정치료가 치료 방식상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견인치료와 가장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견인치료는 기계 등을 이용해 척추 등에 견인력을 가하는 물리치료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견인치료를 받으면 전체 진료비가 1만원 안팎이다. 반면 신장분사는 통증 부위 등에 냉각 물질을 분사하는 비급여 치료다. 병원이 가격을 정할 수 있어 통상 수만원에서 10만원 안팎을 받는다. A병원 사례처럼 실제로는 로봇 교정치료를 하고 영수증을 신장분사로 발급하면 진료비가 10배 안팎으로 커질 수 있다.

문제는 환자가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면 이 비용 상당 부분을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는 점이다. 보험사는 진료비 영수증에 기재된 항목을 토대로 보험금을 심사하기 때문에 실제 어떤 치료가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로봇 교정치료 장비가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라는 점도 고액 청구의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비 도입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병원이 치료비를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관리급여 전환에 청구 방식 바꿔

이 같은 꼼수 청구가 나타난 것은 지난 7월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전환되면서다. 이전까지는 일부 병원이 로봇 교정치료를 도수치료와 함께 시행하거나 로봇 치료만 하고도 도수치료에 포함해 비용을 청구했다. 하지만 관리급여 전환 이후 도수치료는 의사나 일정 교육을 이수한 물리치료사가 직접 시행하고, 30분 이상 치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등 기준이 명확해졌다. 주 2회, 연간 15회까지만 인정하는 횟수 제한도 생겼다. 이에 따라 기계가 대부분의 치료를 하는 로봇 교정치료를 도수치료로 청구하기 어려워지자 일부 병원이 신장분사 등 가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다른 비급여 항목으로 돌려 청구하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 주장이다.

로봇 교정치료를 여전히 도수치료로 분류해 관리급여로 보험금 청구 영수증을 발급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동구 B병원은 이달 초 환자에게 로봇 교정치료를 한 후 관리급여(4만3850원)로 비용을 산정했다. 이 병원은 로봇 교정치료 후 물리치료사가 약 5분간 운동치료를 추가한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제 시행한 치료와 다른 고가 비급여 항목으로 영수증을 발급하는 사례가 늘어나면 도수치료 관리 강화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시온/조미현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