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 개청을 11일 앞둔 21일 중수청 본청과 서울청이 입주할 서울 수표동 르네스퀘어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김유진 기자
중대범죄수사청 개청을 11일 앞둔 21일 중수청 본청과 서울청이 입주할 서울 수표동 르네스퀘어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김유진 기자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열흘 남짓 앞둔 21일 서울 수표동 르네스퀘어 빌딩. 중수청 본청과 서울지방청이 들어설 이곳은 건물 안팎으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1층에서 정문이 있는 2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서자 바로 옆 계단에서 드릴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작업자들이 계단 바닥을 시공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상층부 일부 사무공간에만 테이블과 의자 등 사무용 가구가 들어서 있었다. 중수청은 우선 6개 층에서 업무를 시작한 뒤 연내 나머지 공간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장 없이 출범할 판인 중수청

출범 열흘 남은 중수청…청사는 공사 중, 인력도 못 채워
다음달 2일 형사사법 체계의 대전환이 이뤄진다. 78년간 이어진 검찰청 체제가 막을 내리고 중수청과 공소청이 출범한다. 이날부터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없애고 수사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한다. 검사는 영장 청구와 보완 수사 요구, 기소, 공소 유지 등을 담당한다. 신설되는 중수청은 부패, 경제, 방위사업, 마약, 국가보호, 사이버, 법왜곡 등 7대 중대범죄 수사를 전담한다.

건국 이후 형사사법 체계가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는데도 새 체계를 책임질 핵심 기관들은 여전히 준비 중이다. 검찰청을 대신해 중대범죄 수사를 전담할 중수청은 인력과 정보시스템, 초대 수장까지 개청 준비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가장 큰 과제는 인력 충원이다. 중수청 정원은 수사관 2567명과 일반직 등 307명을 합쳐 2874명이다. 본청 396명,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방청에 2478명이 배치된다. 서울청이 1089명으로 가장 많다. 지난달 시행한 1차 특례 임용에선 2375명이 신청했다가 615명이 철회해 최종 신청자가 1761명으로 줄었다. 지난 15~20일 진행된 2차 특례 임용의 지원자도 201명에 그쳤다.

초대 수장의 임명 절차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8일 김지용 전 검사장을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여권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해 추가 검증을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아직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수사권조정협의회, 내년에나 가동

중수청과 경찰의 역할이 상당 부분 겹칠 수 있지만 이를 조정할 시스템은 뒤늦게 가동된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끼리 수사가 경합하면 수사권 관할 조정협의회에 관할 협의·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의 시행일은 내년 2월 5일이다. 그때까지는 개별 법령의 사건 이첩 규정과 기관 간 협의로 관할 충돌을 풀어야 한다.

이 기간 경찰과 중수청이 같은 사건에 동시에 손대는 중복수사가 발생하거나 반대로 서로 다른 기관의 관할이라고 판단해 사건 처리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수청도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7년도 성과계획서’에서 위협 요인의 하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경찰과의 관할 경합과 절차 이원화에 따른 수사 지연 우려’를 꼽았다.

공소청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검찰총장은 작년 7월 심우정 총장 퇴임 이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았다. 공소청장(검찰총장)은 후보추천위원회가 법무부 장관에게 3명 이상의 후보를 추천하고, 장관이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해 임명하는 구조다. 법무부 장관 공백으로 공소청 초대 수장 인선과 하위 법령 정비, 후속 인사 등도 함께 밀릴 가능성이 높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자진 사퇴해 공소청 출범일 전까지 장관이 취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소청과 중수청이 출범한 뒤 형사 절차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차분히 지켜보고 필요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우/김유진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