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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매크로 암표
매크로 암표는 세계적 골칫거리다. 미국에서는 2022년 인기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투어 예매 당시 35억 건의 구매 요청을 폭주시켜 예매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정가 49달러짜리 표는 재판매 사이트에서 2만2000달러에 매물로 나왔다. 이듬해 열린 미 의회 청문회에서는 매크로를 금지하는 ‘봇 방지법’의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1인당 구매 한도 제한 등을 피해 표를 싹쓸이하거나 재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K팝이 불러온 암표 대란은 다른 나라의 법까지 바꿨다. 2023년 블랙핑크의 대만 콘서트에선 암표 가격이 정가의 45배인 40만대만달러(약 1700만원)까지 치솟았다. 여론이 들끓자 대만은 법을 고쳐 부정 예매 시 정가의 최대 50배까지 벌금을 물리고, 최고 3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암표상도 진화했다. 경찰은 최근 6개월간 매크로 암표 특별 단속에 나서 126건을 적발하고 157명을 검거했다. 8년간 24억원어치를 되판 기업형 암표상은 구속됐다. 검거자의 77%가 20, 30대다. 거리의 암표상이 디지털형으로 세대교체된 셈이다.
처벌만이 답은 아니다. 일본은 본인 확인과 공식 리세일을 확대하고 인기 공연에는 추첨제를 활용하고 있다. 매크로와의 속도 경쟁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방식이다. 사람의 손가락으로 프로그램의 속도를 이길 수 없다면 규칙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공정해야 할 문화 소비의 장이 매크로의 놀이터로 전락해선 안 된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