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 저가로 물량 공세…6년 만에 10배 성장
3년前 세계 1위 수출국 오르더니
반값·속도전·현지화로 영토 확장
약점인 유통망도 지분으로 보완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수익성 뚝
19세기 후반 자동차산업이 태동한 이후 140년 가까이 수출 1위 자리는 줄곧 독일, 미국, 일본 몫이었다. 폭스바겐, 포드, 도요타를 앞세워 전 세계 도로를 점령한 이들의 아성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다. 중국이 이 견고한 장벽을 허무는 데 걸린 기간은 고작 3년이다. 2020년 100만 대에도 못 미치던(99만5000대)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정부가 수출 드라이브를 본격화한 지 3년 만인 2023년 491만 대로 불어났다.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수출국에 오른 순간이다.
올해는 연간 수출 1000만 대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한 국가의 완성차 수출이 한 해 1000만 대를 넘는 건 역사상 처음이다. 저가 전기차를 앞세운 물량 공세에 현대자동차그룹 등 전통 완성차 업체가 점유율을 넘어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 경쟁 차종보다 47% 저렴
18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8월 자동차 수출은 715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6.7% 급증했다. 지난해 연간 수출량(709만8000대)을 8개월 만에 추월했다.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를 합친 전기차 수출은 343만5000대로 124.3% 늘었다.
이 속도를 유지하면 연간 수출이 10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8월 월평균 수출량(89만4000대)을 유지하면 총 1073만 대로 일본(417만 대), 독일(317만 대), 한국(273만 대) 3개국 수출 물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차가 글로벌 시장에 쏟아져나온 건 2020년부터다. 내수에서 100여 개 업체가 출혈경쟁을 벌이자 중국 정부는 ‘국내와 해외 판매 비중을 50%씩 유지하라’는 가이던스를 내놨다. 해외 판매는 그때부터 2021년 201만5000대, 지난해 709만8000대로 매년 100만 대씩 늘었다.
무기는 파격적인 가격이다. 체리자동차의 가솔린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고7은 칠레에서 1000만원대에 팔린다. 정가 1599만페소인 차량에 금융 할인을 더해 실제 판매가를 1299만페소(약 1860만원)로 낮췄다. 같은 차급인 현대차 투싼(2439만페소)보다 34.4%, 폭스바겐 타오스(3059만페소)보다 47.7% 싸다.
가격 공세는 지역과 차종을 가리지 않는다. 독일에선 상하이차 MG3 하이브리드+가 2만990유로로 같은 소형 해치백 하이브리드카인 르노 클리오 에볼루션(2만4200유로)보다 13.3% 저렴하다. 한국에서도 비야디 아토3(3490만원)가 비슷한 차급인 기아 EV3(3995만원)보다 12.6%, 코나 일렉트릭(4152만원)보다 15.9% 싸다.
◇ 배터리 소재 최대 87% 장악
원가 절감의 뿌리는 공급망 수직계열화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글로벌 희토류 생산의 69%, 배터리 5대 소재의 60~87%, 리튬·코발트·망간 등 광물 제련의 68~100%를 쥐고 있다. 완성차 생산 단가가 경쟁사보다 20~30% 낮은 배경이다.
차량 개발 과정도 압축했다. 미국 자동차연구센터(CAR)가 지난달 공개한 ‘중국의 자동차 급성장’ 보고서를 보면 중국 완성차 업체는 신차를 백지상태에서 설계하지 않는다. 검증을 마친 기존 전기차 플랫폼과 배터리 시스템을 재사용한다. 부품사도 개발 초기부터 끌어들인다. 설계와 성능 검증을 동시에 한다. 그 결과 전통 완성차가 통상 40~50개월 쏟아붓던 신차 개발 기간을 18~24개월로 줄였다. 약점이던 글로벌 유통망은 지분 합작으로 메웠다. 중국 립모터는 스텔란티스와 합작사를 세워 유럽 850곳의 시트로엥·푸조 대리점에서 차를 판다.
기존 업체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 폭스바겐은 올해 상반기 판매가 8.4%, 영업이익이 11.6% 줄었다. 이달 초에는 직원 5만 명 감축안을 승인했다. 독일 자동차경영연구소(CAM)에 따르면 상반기 글로벌 완성차 15곳의 대당 평균 영업이익은 1187유로(약 194만원)로 15.8%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가격 측면에서 중국보다 싸게 제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기술과 브랜드로 격차를 벌리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