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GS'에서 햇반 막걸리 사전예약을 진행했다. /사진=박상경 기자
'우리동네 GS'에서 햇반 막걸리 사전예약을 진행했다. /사진=박상경 기자
'햇반'이 막걸리로 변신했다고 해서 동네 편의점을 가도 이 술을 찾긴 어렵다. 일반 대형마트나 타 유통채널이 아닌 편의점 GS25에서만 한정 수량 단독 판매하는 데다, 정식 판매에 앞서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우리동네GS'로 선보인 사전예약 물량이 일찌감치 소진됐기 때문이다. 매장에 무작정 발걸음을 옮기기 전 스마트폰부터 켜야만 '귀한 상품'을 쥘 수 있는 시대. 단독 기획 상품들이 편의점 모바일 앱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핵심 지렛대로 자리 잡았다.

단독 상품 사전예약 열풍…치솟는 편의점 앱 MAU

편의점 업계의 모바일 플랫폼 경쟁이 단순 매장 보조 수단을 넘어 독자적인 O4O(Online for Offline) 생태계 구축으로 번지고 있다. 화제성 높은 차별화 상품을 사전예약이나 픽업 서비스로 연계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각 사의 모바일 앱 트래픽 지표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GS25의 '우리동네GS'는 지난 8월 신규 설치 약 40만 건을 기록하며 올해 월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힘입어 8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역대 최고치인 약 470만 명에 도달했다.

CU의 '포켓CU'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해 약 250만 명 수준이던 포켓CU의 MAU는 올해 상반기 약 270만 명으로 올라섰다. 특히 단독 상품 예약과 오픈런 수요가 몰렸던 1월과 5월에는 트래픽이 순간 집중되며 월간 300만 명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의 '세븐앱'은 올해 1~8월 기준 앱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8% 폭증했고, MAU 역시 73% 껑충 뛰었다. 이마트24 또한 사전예약과 '오늘픽업' 이용이 늘며 같은 기간 자체 앱 MAU가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결국 디저트와 킬러 IP'

CU가 연세우유 EBS 생크림빵을 출시한다. /사진=BGF리테일
CU가 연세우유 EBS 생크림빵을 출시한다. /사진=BGF리테일
주목할 점은 트래픽의 속사정이다.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손에 넣기 위해 화면을 켰는지를 들여다보면 뚜렷한 공통분모가 드러난다. 입맛과 소장 욕구를 정조준한 '베이커리·디저트, 캐릭터 킬러 상품'이다.

GS25의 MAU 신기록을 견인한 방아쇠는 출판사와 손잡고 선보인 '민음사 빵'이었다. 8월 21일부터 9월 13일까지 99만 개가 팔려나가며 입고 물량 기준 판매율 100%에 육박했고, 이 기간 앱 내 '민음사' 관련 검색량만 약 600만 건에 달했다. 점포별 재고를 찾고 사전 픽업하려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결과다. 9월 초 38만 개 완판 실적을 낸 '한정선 찹쌀떡'과 누적 1600만 개를 돌파한 '서울우유 디저트' 등도 모바일 유입을 든든하게 받쳤다.

CU 역시 '빵과 디저트'가 중심축이었다. 40여 종의 맛으로 누적 1.1억 개를 돌파하며 편의점 크림빵 신드롬을 이어가는 '연세우유 크림빵' 시리즈를 필두로, 지난 1월 품귀를 빚었던 '두바이 초콜릿 수건 케이크'의 예약구매 열풍이 300만 MAU를 뚫어내는 계기가 됐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선보인 '포켓몬 카드' 기획전 역시 예약 대란을 일으키며 트래픽을 견인했다.

세븐일레븐의 앱 성장 뒤에도 단독 IP 상품과 디저트가 있었다. 세븐앱 내 재고찾기 검색량 1위에 오른 '헬로키티 사각캐리어 세트'는 출시 시점 앱 신규 가입자를 48%나 끌어올렸다. 냉장 디저트인 '생초코파이'(40%)와 차별화 스낵 '촉촉한황치즈칩'(28%) 출시 당시에도 신규 회원이 가파르게 늘었다.

이마트24에서도 디저트 카테고리 1위에 오른 '성수310 우유사르르생크림빵'과 가공유, 인플루언서 협업 '뽀니' 디저트 등이 사전예약 및 픽업 매출 최상위권을 휩쓸며 성장을 뒷받침했다.

포화 상태 편의점, '앱과 단독 IP'로 판 키우는 이유

이마트24 트렌드랩 성수점&디저트랩 서울숲점, 화제의 떡 업계 최초 판매. /사진=이마트24
이마트24 트렌드랩 성수점&디저트랩 서울숲점, 화제의 떡 업계 최초 판매. /사진=이마트24
편의점들이 단독 상품을 앱 전면에 내세우는 배경에는 오프라인 출점 정체와 집객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전국 편의점 점포 수가 5만3000개를 넘어서며 외형 성장이 한계에 봉착하자, "어느 매장을 가도 똑같은 상품"을 파는 구조로는 발길을 붙잡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가 브랜드를 일부러 찾아오게 만드는 '목적 구매형 IP' 확보가 생존 전략이 된 셈이다.

실제 데이터도 이를 증명한다. 롯데멤버스가 발표한 '오프라인 근거리 쇼핑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단독 IP 상품을 단 1회만 구매한 고객도 전체 고객 대비 인당 구매액이 2.5배 높았다. 특히 IP 상품을 3회 이상 반복 구매한 고객의 매장 방문일수는 1회 구매자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여기에 '앱'이 결합되면 파급력은 더 커진다. 최근 1년 내 편의점 앱을 이용한 고객의 인당 매출과 구매 상품 수는 전체 평균의 약 2배였고, 주요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고객의 매장 방문일수는 3배 가까이 높았다. 화제성 높은 상품을 앱 사전예약이나 재고조회로 유도하는 이유가 숫자로 확인되는 대목이다.

독자 플랫폼으로 굳히기

GS25는 9월 9일(수) 우리동네GS 앱에 ‘우리의 냉장고’ 기능을 오픈했다. /사진=GS리테일
GS25는 9월 9일(수) 우리동네GS 앱에 ‘우리의 냉장고’ 기능을 오픈했다. /사진=GS리테일
유입된 고객을 앱 안에 묶어두는 락인 장치도 정교해지고 있다. GS25가 지난 9일 선보인 '우리의 냉장고'가 대표적이다.

2011년 출시 이후 누적 보관 1억 5000만 건, 월평균 130만 건 이상이 쌓이는 '나만의 냉장고'를 최대 5명이 함께 쓰는 공유형 서비스로 확장했다. 가족이나 동료끼리 그룹을 만들어 보관 상품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앱 미사용자에게도 초대 링크를 보낼 수 있어, 특정 상품을 사러 들어온 고객이 지인을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편의점 앱이 할인 쿠폰이나 재고 확인용 보조 수단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원하는 상품을 확실히 사기 위해 찾아가는' 목적형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며 "차별화 상품이 만든 트래픽을 어떻게 독자적인 서비스로 락인하느냐가 O4O 경쟁의 승패를 가르고 있다"고 짚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