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경북 경주의 한 한우 농장. 축사 천장이 전동식으로 여닫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16일 경북 경주의 한 한우 농장. 축사 천장이 전동식으로 여닫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16일 경북 경주의 한 한우 농장. 태어난 지 3주도 채 되지 않은 송아지부터 출하를 앞둔 큼지막한 소들이 축사에서 여물을 먹고 있었다. 100마리가 넘는 소가 모여 있었지만 분뇨 냄새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머리 위로는 전동식으로 여닫을 수 있는 지붕이 열려 파란 하늘이 그대로 보였고, 축사 양쪽도 트여 있어 시원한 바람이 드나들었다.

암소가 머무는 공간에는 별도의 자동 급이기가 설치돼 있었다. 출산 뒤 기력이 떨어진 암소에게 일반 사료보다 열량이 높은 사료를 따로 먹이기 위해서다. 송아지부터 번식우, 출하를 앞둔 소까지 성장 단계와 상태에 따라 제공하는 사료도 제각각이었다.

최근 프리미엄 한우 시장에선 고기의 등급뿐 아니라 산지와 사육 과정도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업체도 일정한 품질의 한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우수 산지와의 협업을 강화하며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경주 한우의 비결은 ‘삼통’…혈통부터 사료까지 관리

경북 경주 시내에 있는 경주천년한우 보문명품관./사진=박수림 기자
경북 경주 시내에 있는 경주천년한우 보문명품관./사진=박수림 기자
경주는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한우 산지다. 경주축산농협(경주축협)에 따르면 단일 시 기준 한우 사육 농가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고, 사육 마릿수도 세 번째 규모다. 특히 다른 산지보다 송아지를 낳는 번식용 암소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경주축협은 2006년부터 프리미엄 한우 브랜드 ‘경주천년한우’를 운영하고 있다. 경주 내 1000여 농가가 참여해 한우 약 3만8000마리를 기르고 있다. 2018년부터는 홍콩 등 해외 시장에도 수출하며 판로를 넓혀왔다.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에도 경주천년한우가 주요 만찬 요리에 사용됐다.

경주축협이 좋은 한우를 만들기 위해 강조하는 것은 ‘혈통·사양·사료’ 세 가지다. 어느 어미소에서 태어났는지부터 무엇을 먹고, 어떻게 자랐는지까지 함께 관리해야 품질 편차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동일 경주축협 과장은 “혈통과 사양, 사료가 통일돼야 균일한 형태의 브랜드가 나온다”며 “그렇지 않으면 등급이 들쑥날쑥해진다”고 말했다.

혈통부터 출하까지 꼼꼼히…1++ 비중 57%

경주축협이 구축한 사료 공장에서 제작된 사료./사진=박수림 기자
경주축협이 구축한 사료 공장에서 제작된 사료./사진=박수림 기자
품질 관리의 출발점은 혈통이다. 프리미엄 한우의 품질 관리는 송아지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다. 어떤 혈통의 어미소에서 태어났는지부터 따지는 것이다. 경주축협에 따르면 경주시에서 사육하는 한우 가운데 한국종축개량협회에 혈통이 등록된 소는 절반이 넘는다.

태어난 뒤에는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해진다. 경주축협은 6~13개월, 13~20개월, 20개월 이후 등 소의 월령과 성장 단계에 따라 맞춤형 사료를 공급한다. 특히 출하를 앞둔 소에는 근내지방 형성을 고려해 열량과 배합 비율을 달리한 사료를 먹인다. 소가 마시는 물도 관리 대상이다. 일부 농가는 정화시설을 거친 물을 공급하는 등 사료뿐 아니라 먹고 마시는 환경까지 세세하게 관리한다.
지난 16일 경북 경주의 한 한우 농장 내부 모습. 축사 중앙 통로에는 사료 운반 장비가 오가는 레일이 설치돼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16일 경북 경주의 한 한우 농장 내부 모습. 축사 중앙 통로에는 사료 운반 장비가 오가는 레일이 설치돼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키우는 기간도 정해져 있다. 경주천년한우는 브랜드 규정상 30개월령을 넘긴 소만 출하할 수 있다. 사육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료비 부담은 커지지만 충분한 비육 기간을 확보해 고기의 풍미를 높이기 위해서다. 김 과장은 “30개월령 미만 소는 한우의 풍미를 높여주는 성분인 올레인산 축적이 충분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맛이 밋밋하고 풍미가 부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소가 태어나기 전 혈통 관리부터 사료, 사육 기간까지 공을 들이는 만큼 출하 성적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경주축협에 따르면 지난해 경주천년한우 출하 물량 가운데 약 57%가 1++등급을 받았다. 특히 최상위 등급인 ‘넘버 나인(No.9)’ 등급 출현율은 28.9%로 전국 평균 18.3%보다 10.6%포인트(p) 높았다.

산지 경쟁력 높이는 유통가…명절 물량 30% 이마트로

전국 판매처로 배송될 ‘경주천년한우’ 선물세트가 포장돼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전국 판매처로 배송될 ‘경주천년한우’ 선물세트가 포장돼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최근에는 식품에 대한 소비자 기준이 더 까다로워지면서 등급뿐 아니라 산지와 사육 방식도 구매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유통업체들도 품질이 검증된 산지를 중심으로 상품 기획을 강화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2022년 조선호텔과 함께 ‘조선호텔 경주천년한우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출시 전 약 6개월간 상품 기획과 품질 관리 과정을 거쳤으며, 현재 등급과 구성에 따라 30만원대부터 80만원대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이번 추석 명절 기간 경주천년한우의 출하 물량은 약 600마리다. 이 가운데 약 30%가 이마트 관련 물량으로 공급된다. 프리미엄 한우 선물세트 수요가 늘면서 이마트에 공급되는 물량 비중도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해당 선물세트 매출은 2024년 추석보다 28%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품질 한우에 대한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우수 한우 산지를 지속 발굴하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원료육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경북)=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