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멕시코 칸쿤에서 시작한다. 세계적인 휴양지 칸쿤. 에메랄드빛 카리브해와 야자수, 강렬한 햇빛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그러나 저자가 해변에서 마주한 것은 해안을 뒤덮은 갈색 해조류 ‘사르가숨’이었다. 아름다운 풍경 뒤에 놓인 환경 문제를 통해 저자는 지구온난화, 해류 변화, 농업·산업 오염이 얽힌 복합적 위기를 짚는다. 동시에 관광산업으로 급성장한 칸쿤의 발전 과정도 함께 돌아본다.

강락규 전 기술보증기금 전무, 12일간의 멕시코 산문집 '5백년의 고독 5백년의 희망' 출간
『5백년의 고독 5백년의 희망』은 강락규 전 기술보증기금 전무가 쓴 여행 산문집이다. 멕시코 12일간의 여정을 큰 줄기로, 카리브해의 풍경 사진 한 장에서 출발해 500년의 시간을 관통한다.

저자는 칸쿤에서는 마야 문명의 흔적을 만난다. 지명의 의미를 살피고, 마야 신화의 쿠쿨칸을 톨텍·아스텍의 케찰코아틀과 연결한다.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는 ‘마야의 문’을, 볼라도레스 공연에서는 자연에 대한 경외와 세계관을 읽어낸다.

여행자의 눈에는 단순한 공연과 조형물로 보이지만, 역사와 문화의 맥락 속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저자는 바로 그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책의 시선은 멕시코의 유적과 역사에 머물지 않는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유입된 금과 은이 자본 축적과 경제 성장에 미친 영향을 짚으며, 이를 자본주의 형성과 연결한다. 상품·시장·자본이라는 틀로 자본주의의 성립 과정을 설명하고, 아메리카의 자원이 유럽의 거대한 자본 형성에 기여했음을 보여준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현재와 미래로 확장된다.

저자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비유를 통해 고대 신화에서 자본주의, 나아가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 구상까지 연결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만, 그 과정이 또 다른 위험을 낳을 가능성은 없는지 되묻는다.

500년 전의 역사와 오늘의 기술 문명은 결코 분리된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를 만든 것은 결국 인간의 선택이었고, 오늘의 세계 역시 그 선택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행은 다른 나라를 구경하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의 관념을 점검하는 일”이라며 “타자를 이해하려면 기존의 생각을 먼저 해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듯, 익숙한 관념을 벗어던질 때 비로소 새로운 시선이 열린다는 것이다. 구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