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250년, 함께 열어갑시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17일부터 벌이는 동영상 광고 캠페인의 마무리 문구다. 주목되는 부분은 30초짜리 동영상이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마무리 문구도 한·미 연대와 협력을 상징하는 슬로건인 “함께 갑시다”를 연상케 한다. 대미 투자 지연 등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를 풀어보자는 미국 측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다시 뛰는 韓美 동맹 > 주한 미국대사관이 17일부터 주요 랜드마크에 동영상 광고를 올린다. 자유의 여신상과 세종대왕상(위), 마칭밴드와 K팝 댄스(아래) 등 미국과 한국을 상징하는 모습을 담았다.  /주한 미국대사관 광고 영상 캡처
< 다시 뛰는 韓美 동맹 > 주한 미국대사관이 17일부터 주요 랜드마크에 동영상 광고를 올린다. 자유의 여신상과 세종대왕상(위), 마칭밴드와 K팝 댄스(아래) 등 미국과 한국을 상징하는 모습을 담았다. /주한 미국대사관 광고 영상 캡처

◇“두 영혼, 한 이야기”

16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주한 미국대사관은 17일부터 인천국제공항 등 주요 랜드마크에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 동영상 광고를 올린다. 독립 기념 광고지만 콘텐츠는 한국과 미국의 조화를 강조하는 화면으로 구성했다.

처음에는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시작으로 카우보이와 선비, 복싱 선수와 태권도 선수, 금문교와 고궁 등 양국의 상징을 대비시킨다. 뉴욕 센트럴파크와 한강변을 조깅하는 사람들, 미국식 바와 포장마차, 마칭밴드와 K팝 등을 보여주며 양국 국민의 동질성을 강조한다.

중반부에는 두 나라의 기술 협력을 상징하는 휴머노이드와 반도체, 로켓과 컨테이너선 등이 등장한다. 이어 뉴욕과 서울을 대비시키는 장면에 “2 Souls, One Story(두 영혼, 하나의 이야기)” “새로운 250년, 함께 열어갑시다”라는 문구를 띄우며 끝난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미디어를 통해 광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1975년 박정희 정부 시절 유신에 반대하다가 정부의 압력으로 광고가 끊긴 일부 매체에 미국 무역전시회를 홍보하는 광고를 내는 식으로 한국 언론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이번 광고는 지난 7월 말 임기를 시작한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주도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계인 스틸 대사는 부임 전부터 한·미 동맹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한·미 관계 다시 다진다

한·미 관계는 양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적잖은 부침을 겪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와는 방위비 분담금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대북 접근법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2020년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전작권 전환 속도를 두고 양국 국방장관이 공개적으로 시각차를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동맹 외연이 넓어졌다. 2023년 한·미 정상은 워싱턴선언을 통해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키는 등 확장억제 협력을 강화했고 같은 해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안보 협력을 제도화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이 다시 복잡해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동맹국에도 관세와 투자, 방위비 등에서 가시적인 기여를 요구했다. 양국은 지난해 관세를 15%로 조정하고 한국이 총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등 안보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문제는 합의 이후다.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이행이 지연되면서 미국 측 불만이 누적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 축소 방침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미국은 이란과의 충돌 국면에서 한국에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요구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는 국내 반대 여론이 많고 이란도 공개 반발하면서 우리 정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쿠팡 사태와 정보통신망법 등 한국 정책, 경제를 둘러싼 문제까지 한·미 간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다.

주한 미국대사관 광고에는 굵직한 현안이 한꺼번에 얽힌 한·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미국 측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황태희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이 독립 250주년이라는 이벤트를 기회로 한국과의 관계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양국 동맹을 여전히 중요하게 본다는 점을 한국 국민에게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강현우/김다빈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