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양주시 와부읍에 있는 연세대 덕소농장. 156만6776㎡에 달하는 농장에서 가축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뼈대만 남은 비닐하우스 한 채가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덕소농장은 연세대가 1960년대 낙농학과 실습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입한 곳이다. 낙농학과가 사실상 폐과된 이후 학교는 2002년 소유하고 있던 젖소와 흑염소 등을 처분했다. 지금은 농장 부지의 활용 방안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용도를 바꾸기도 쉽지 않다.
전국 대학이 캠퍼스 밖에 둔 땅이 여의도 면적의 7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일부는 당초 교육과 실습 기능을 잃고도 새로운 쓰임새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학 재산의 용도 전환 규제가 완화됐지만 개발제한구역 등 입지 규제가 남아 있어 부지별 여건을 반영한 활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밖 교육 용지의 92%가 임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 21곳, 사립대 140곳, 사립전문대 85곳 등 전국 246개 대학이 캠퍼스 밖에 보유한 교육용 토지는 2억151만1000㎡로 집계됐다. 여의도 면적의 69.5배다. 임야가 1억8574만3000㎡로 전체의 92.2%를 차지했다. 지목이 ‘학교용지’인 토지는 348만5000㎡로 1.7%에 불과했다.
캠퍼스에서 멀리 떨어진 땅도 적지 않다. 사립대 130곳이 캠퍼스 경계에서 20㎞ 넘게 떨어진 곳에 보유한 교육용 토지는 6609만5000㎡였다. 경희대가 1387만2000㎡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 1254만7000㎡, 동국대 758만2000㎡, 연세대 537만㎡, 성균관대 254만1000㎡ 순이었다. 이들 다섯 개 대학이 전체의 63.4%를 보유했다. 수도권에 있는 땅도 있다. 동양미래대는 경기 이천에 3만6924㎡ 규모의 연수원 등을 두고 있다.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은 교육용과 수익용으로 나뉜다. 학교가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을 축적하는 건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라 학교가 교육사업에 직접 사용하기 위해 취득한 부동산에는 취득세 감면 혜택이 주어지고, 실제 사업에 사용하는 부동산은 재산세 면제 대상이 된다. 지난해 기준 사립대학법인 259곳이 보유한 수익용 토지는 2억3020만㎡, 평가액은 9조609억원에 달했다. 2015년보다 면적은 1.7% 줄었지만 평가액은 2조8453억원(45.8%) 늘었다.
◇수익용 땅만 9조원대
수익용 토지의 자산 가치는 서울에 집중됐다. 서울의 토지는 약 213만㎡로 전국 면적의 0.9%였지만 평가액은 4조7271억원으로 전체의 52.2%를 차지했다. 경기까지 합치면 평가액은 6조8099억원으로 75.2%에 달했다. 서울 남대문 근처 연세세브란스빌딩 부지가 대표적인 수익용 토지다. 고려대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에 임야, 논, 도로 등 13만2654㎡를 보유하고 있다.
법인별 평가액은 건국대 법인이 1조171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세대 법인 6880억원, 한림대의 일송학원 6763억원, 단국대 법인 4404억원, 한양대의 한양학원 2552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학은 부지 활용 방향을 바꾸려고 시도 중이다. 서울 도봉구 성균관대 야구장 부지를 청년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이곳에 청년층 선호 시설을 결합한 청년특화주택 391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활용 방안을 찾기 어려운 부지도 적지 않다. 교육부에 개발제한구역 등 규제 현황으로 보고된 대학 토지는 45개교, 3333만9000㎡에 달한다. 목원대 수익용 토지 179만6000㎡와 성신여대 교육용 토지 106만7000㎡도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됐다. 교육용·수익용 재산의 구분과 별개로 토지 자체에 적용되는 규제가 있어 대학이 활용 목적을 바꾸려고 해도 제약을 받는다.
대학의 구체적인 활용 계획과 연계해 규제 완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원내대표는 “캠퍼스와 주변 지역을 하나의 계획단위로 묶는 규제 개편이 필요하다”며 “미활용 토지는 교육용 지위와 혜택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교육·연구·산학 협력 활용 계획을 낸 대학에는 용도 전환, 도시계획 변경, 그린벨트 특례를 연계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