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간체이스가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 자리 잡은 건 1799년이다. 한반도에선 조선의 22대 국왕인 정조가 집권하던 시기다. 그만큼 월가의 뿌리가 깊다는 얘기다. 그런 JP모간의 직원은 이제 텍사스에 더 많다. 뉴욕 직원이 2015년 3만 명에서 현재 2만4000명으로 20% 줄어든 사이 텍사스 직원은 2만6000명에서 3만2000명으로 23% 늘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주주서한에 “높은 세금과 과도한 생활비로 많은 사람이 뉴욕을 떠나고 있어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적었다.
◇ ‘욜스트리트’의 텍사스
과거 미국 금융회사의 지역별 역할 분담은 뚜렷했다. 뉴욕 월가에는 투자은행(IB)·트레이딩 인력과 고위 경영진을 두고, 비용이 적게 드는 다른 도시에는 정보기술(IT)·결제 등 업무를 지원하는 ‘백오피스’를 배치했다. 텍사스도 백오피스 쪽이었다. 2020~2024년 텍사스 주택 중위가격은 32만달러로, 뉴욕(77만7600달러)의 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골드만삭스는 댈러스에 오피스를 건설한다고 발표하며 “모든 사업과 부서 직원이 이곳에 들어온다”고 밝혔다.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고액자산가 상담 등 핵심 부서가 댈러스에 터를 잡았다.
7월 출범한 텍사스증권거래소(TXSE)는 상장사를 본격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57개 지점을 운영 중인 금융지주사 오리진뱅코프는 다음달 13일부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TXSE로 이전 상장한다. 텍사스캐피털뱅크셰어스도 다음달 나스닥에서 TXSE로 거래소를 옮긴다. 크리스 펄로 텍사스은행협회장은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 TXSE 등 세 곳이 금융사의 지원을 받아 텍사스에 거점을 마련했다는 것은 이미 텍사스에 증권업 기반이 갖춰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탈(脫)뉴욕도 텍사스엔 기회
텍사스를 ‘프런트오피스’로 만든 건 기업의 힘이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다른 주에서 텍사스로 이전한 기업은 314개였다. 오라클(2020년), 테슬라(2021년), 셰브런(2024년) 등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기업이 157개로 절반에 달했다. 뉴욕에서 이사온 기업도 24개였다. 그 결과 올해 텍사스는 캘리포니아를 제치고 ‘포천500 기업’의 본사가 가장 많은 주로 떠올랐다. 펄로 회장은 “기업이 텍사스로 오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은행과 투자회사도 함께 들어오고 있는 셈”이라며 “기회를 따라 모든 게 오고 있다”고 했다.
동력은 낮은 세금이다. 미국의 법인세는 연방정부와 주(州)정부가 동시에 매기는데, 텍사스에는 주법인세가 없다. 있다가 폐지한 게 아니라 도입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반면 뉴욕의 주법인세 최고세율은 현재 7.25%, 캘리포니아는 8.84%다. 여기에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주 최고 법인세율을 11.5%까지 올리는 안을 주 의회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주·시 법인세에 가산세를 더한 최고세율은 현재 18.85%에서 23.8%로 높아진다.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은 주 소득세가 없어 같은 연봉을 받더라도 실제 소득이 더 많다.
텍사스의 친기업 정책도 기업을 불러 모으고 있다. 텍사스는 2023년 ‘규제일관법’을 통과시켜 주법이 규율하는 영역에서는 하위 행정 단위에서 별도 규제를 만들 수 없도록 했다. 지난해부터는 텍사스판 정부효율부(DOGE)인 규제효율화부서를 주지사실 산하에 신설해 남아 있는 규제도 정기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