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델라웨어주는 법인의 천국으로 꼽힌다. ‘오늘 신청하면 내일 회사를 세운다’고 할 정도로 법인 설립 절차가 간단하고, 기업 분쟁에 특화한 ‘형평법원’이 있어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기 쉬워서다. 평범해 보이는 한 건물이 30만 개가 넘는 기업의 소재지로 등록돼 있을 정도다.

이런 델라웨어의 아성에 텍사스가 도전하고 있다. 기업전문법원을 출범시키고 회사법을 개정해 기업 본사를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텍사스 주의회는 지난해 회사법 개정안인 ‘SB29’를 통과시켰다. 핵심은 경영진의 소송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상장사 등의 이사와 임원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 이익을 위해 선의로 판단했다고 추정하는 ‘경영판단 원칙’을 명문화했다. 주주가 책임을 물으려면 사기와 고의적 위법 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상장사 등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데 필요한 지분율을 최대 3%로 정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2024년 9월에는 기업 간 분쟁을 전담하는 기업전문법원을 출범시켰다. 기업의 법적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기업전문법원을 먼저 세워 기업을 유치해온 델라웨어에 맞설 사법 기반을 구축한 것이다.

텍사스로 온 테슬라는 이 결과물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델라웨어법원이 자신의 거액 보상안을 무효로 판단하자 2024년 6월 법인 등록지를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바꿨다. 이처럼 ‘델렉시트’(델라웨어+엑시트)는 확산 중이다. 올 상반기 시가총액 2억5000만달러(약 3400억원) 이상 상장사 중 델라웨어를 떠난 기업은 12곳으로, 이 중 델테크놀로지스 등 7곳이 텍사스를 택했다.

댈러스=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