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건설, 전력 등의 한국 기업이 ‘인공지능(AI) 골드러시’를 찾아 미국 텍사스로 몰려들고 있다. 통신장비 기업 HFR네트웍스의 김관호 본부장은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초부터 데이터센터용 부품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텍사스에는 거대한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HFR네트웍스는 한국 HFR이 텍사스 리처드슨에 세운 미국 법인이다. 대형 통신사가 밀집해 ‘텔레콤 코리도어’로 불리는 리처드슨에서 AT&T, 버라이즌 등과 협력하기 위해 2018년 법인을 설립했다. 최근 주 전역에 AI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들어서며 주요 고객이 바뀌고 있다.

넓은 부지와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한 텍사스는 AI 인프라를 설치하기에 최적지로 꼽힌다. 오라클, 메타, 구글 등 빅테크가 앞다퉈 이곳에 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텍사스 전력망 운영기관인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가 접수한 전력망 연결 신청 규모는 원자력발전 400여 기에 달하는 474GW. 이 중 90%가량이 데이터센터 수요다.

이에 따라 LS일렉트릭은 텍사스 배스트럽에 생산·연구개발(R&D) 거점을 세우고 배전반과 변압기 등 데이터센터용 전력기기를 현지 생산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지난달 북미 빅테크에 1억6572만달러(약 2259억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전력설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텍사스 애머릴로 인근에 지어지는 11GW 규모 원전 프로젝트 ‘마타도르’에서 원전 4기 건설을 위한 기본설계(FEED)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AI 클라우드 기업 텐서웨이브가 이곳에서 우선 222메가와트(㎿)를 사용하는 계약을 맺었다. 휴스턴총영사를 지낸 정영호 케이미드사우스넥서스 대표는 “텍사스는 석유와 가스, 반도체 중심지를 넘어 AI 및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첨단 산업 인프라 플랫폼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AI 열풍은 텍사스의 새로운 산업 공급망에 들어갈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댈러스=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