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부동산 침체로 악화한 지방정부 재정을 보완하기 위해 기존 세 가지 부담금을 지방부가세로 통합하고 성급 정부에 11~13% 범위의 세율 결정권을 부여한다. AFP연합
중국이 부동산 침체로 악화한 지방정부 재정을 보완하기 위해 기존 세 가지 부담금을 지방부가세로 통합하고 성급 정부에 11~13% 범위의 세율 결정권을 부여한다. AFP연합
중국이 지방정부에 사실상 독자적인 세율 결정권을 부여하는 세제 개편에 나섰다. 부동산 침체로 토지 매각 수입이 급감한 데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과 지방채 상환 부담까지 겹치면서 지방재정의 기존 수입 구조가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세금 대부분을 중앙정부가 결정하고 지방은 이전재원과 토지 판매에 의존해온 중국식 재정 체계에 작은 균열이 생긴 셈이다. 당장 세수 자체를 크게 늘리는 조치는 아니지만 지방정부에 돈을 쓰는 권한과 세율을 조정하는 권한을 동시에 넓힌다는 점에서 중국의 중앙·지방 재정관계를 재설계하는 첫 시험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정부가 세율 정하는 시대

16일 신화통신과 중국 매체들을 종합해보면 중국 재정부는 지난달 지방부가세법 초안을 공개하고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개편안은 도시유지건설세와 교육비 부가금, 지방교육 부가금 등 기존 세 가지 부담을 하나의 지방부가세로 합치는 것이 골자다. 부가가치세와 소비세 납부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며 성급 정부가 11~13% 범위에서 세율을 정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도시유지건설세율은 납세자 소재지에 따라 7%, 5%, 1%로 다르고 교육비 부가금과 지방교육 부가금은 각각 3%, 2%다. 지난해 전국 평균 실효 합산세율은 11.6%였다. 전문가들은 새 제도가 시행돼도 전체 세 부담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무디스레이팅스 역시 새 제도의 목적이 세수를 크게 늘리는 데 있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달라지는 건 세금의 성격과 사용 권한이다. 지금까지 세 가지 수입원은 세금과 비과세 수입, 정부기금 등 서로 다른 계정으로 나뉘어 관리됐다.

개편 후에는 하나의 지방세로 통합돼 수입 전액이 지방정부에 귀속된다. 특히 교육비 부가금과 지방교육 부가금은 현재 학교 시설 개보수나 교육 장비 구입 등 지정된 용도로만 써야 하지만 법안이 시행되면 지방정부가 필요에 따라 다른 곳에 쓸 수 있다.

지난해 두 교육 관련 부가금 수입은 3964억위안(약 80조7740억원)에 달했다. 지방정부는 앞으로 이 돈을 만기가 돌아온 채무 상환이나 공무원 임금 지급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세율보다 재정 운용의 재량권 확대가 이번 개편의 실질적 효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中 지방정부 돈줄 바꾼다

이같은 개혁의 배경에는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가 있다. 중국 지방정부는 오랫동안 토지사용권 매각 수입으로 부족한 재정을 메워왔다. 부동산 개발이 활발할 때는 중앙정부에 상당한 세금을 넘기고도 지방 재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로 토지 매각 수입이 급감하면서 이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이 부동산 침체로 악화한 지방정부 재정을 보완하기 위해 기존 세 가지 부담금을 지방부가세로 통합하고 성급 정부에 11~13% 범위의 세율 결정권을 부여한다. 신화통신
중국이 부동산 침체로 악화한 지방정부 재정을 보완하기 위해 기존 세 가지 부담금을 지방부가세로 통합하고 성급 정부에 11~13% 범위의 세율 결정권을 부여한다. 신화통신
반면 지방정부의 지출 부담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의료와 교통 등 공공서비스 수요는 증가하고 있고 지방채 원리금 상환 부담도 쌓이고 있다. 중국에서 재정 자립도가 높은 지역으로 꼽히는 저장성조차 지난해 3606억위안의 재정적자를 냈다. 지방정부의 수입은 줄었지만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등 핵심 세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중앙정부와 나눠야 하는 실정이었다.

지난해 중국의 부가가치세 수입은 6조9000억위안으로 절반이 지방정부에 배분됐다. 법인소득세 4조1000억위안과 개인소득세 1조6000억위안은 중앙정부가 60%, 지방정부가 40%를 가져갔다. 반면 1조7000억위안 규모 소비세는 전액 중앙정부 몫이다. 지방정부 입장에선 경기 둔화로 자체 수입이 줄어도 주요 세수에 대한 권한은 제한되는 형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 규모만 보면 지방재정 위기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통합 대상 세 가지 재원에서 걷힌 금액은 총 9134억위안이다.

피치레이팅스의 데이지 샤오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지방정부의 부채가 재정수입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난 만큼 이번 조치가 구조적 재정난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업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도시유지건설세는 도심 지역 7%, 중소도시·읍급 지역 5%, 농촌 등 기타 지역 1%로 차등 적용된다. 개편안은 하나의 성에서 단일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어서 현재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농촌이나 중소도시·읍급 지역 기업의 세 부담이 오를 수 있다.

반대로 성 정부가 직접 세율을 정하게 되면서 지역 간 조세 경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재정 여력이 있는 연해 지역은 기업 유치를 위해 낮은 세율을 선택하고 재정난이 심한 내륙 지방은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높은 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 지방정부가 세율과 산업정책을 연계하는 새로운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공산당은 2024년 중앙과 지방 간 재정관계를 조정하는 것을 중장기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이번 지방부가세는 그 이후 나온 구체적인 첫 단계에 가깝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정부를 옥죄어온 문제의 핵심이 세율 자체보다 중앙과 지방 간 세원 배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 큰 세원이 지방으로 넘어갈 지를 좀 더 두고볼 필요가 있다"며 "중국의 재정 모델이 부동산 개발과 토지 매각을 통해 지방이 성장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에서 안정적인 세수를 기반으로 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