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장·단기 종신보험
상반기 장기 신계약 40% 증가
단기납 보험 판매는 40% 감소
'100% 환급' 내세워 장기납 늘려
경쟁 과열시 당국 규제 가능성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는 장기납 종신보험 판매량이 늘고 있다. 반면 짧은 기간 보험료를 내는 단기납 종신보험 비중은 급감하는 추세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단기납 판매가 위축된 데다 안정적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보 필요성이 커지면서 장기납 보험 판매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장기납 보험 비중 급증
15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5개 생명보험사(삼성·교보·한화·신한·농협)의 올 상반기 장기납 종신보험 신계약 건수는 26만3917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18만8689건 대비 39.9% 늘었다. 고객이 보험 가입 후 첫 달에 내는 초회보험료는 올 상반기 99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565억원)보다 75.4% 증가했다.
전체 종신보험 신계약에서 장기납 종신보험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올 상반기 종신보험 신계약 50만6740건 중 장기납 비중은 52%였다. 지난해 상반기 59만1223건 중 31.9%였던 것과 비교해 1년 만에 20%포인트 넘게 높아졌다. 지난해 전체 종신보험 신계약 중 장기납 비율(36.7%)과 비교해도 15.3%포인트 높다.
반면 생보사들이 경쟁적으로 팔던 보험료 납부 기간 10년 미만의 단기납 종신보험은 빠르게 줄고 있다. 올 상반기 단기납 종신보험 신계약 건수는 24만2823건으로 지난해 상반기(40만3304건) 대비 39.8% 감소했다. 초회보험료도 같은 기간 2123억원에서 1375억원으로 35.2% 줄었다.
특히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량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2022년 신계약 건수가 19만5602건에 불과하던 단기납 종신보험은 이듬해 54만4428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가장 활발하게 팔린 2024년에는 신계약 건수가 79만7800건, 초회보험료는 4033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신계약 건수가 72만2315건으로 소폭 감소한 이후 판매 규모가 줄고 있다.
◇‘100% 환급’이 발목 잡나
종신보험은 사망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생보사의 대표 상품이지만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수요가 크게 줄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도 장기납이 크게 늘어난 배경으로 ‘700종신’과 같은 상품의 판매 확대를 꼽는다. 700종신은 장기납 종신보험으로 분류되지만 보험료를 7년간 납부하면 환급률 100%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새 보험회계기준(IFRS17)상 핵심 수익 지표인 CSM 확보에 유리하다는 점도 장기납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 판매량에서 700종신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장기납은 보험료를 장기간 확보할 수 있어 CSM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서는 700종신과 같은 상품이 늘어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높은 환급률을 앞세워 마치 저축성 상품처럼 팔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팔던 단기납 종신보험도 2024년까지 환급률 130%를 앞세워 대거 판매됐다. 이후 금융당국이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등 규제를 강화하자 판매 열기가 수그러들었다.
업계에서는 장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 경쟁이 과열되면 단기납 종신보험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생보사가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했다가 실제 해지율이 예상과 크게 다를 경우 보험사가 받는 타격이 작지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기납이든 장기납이든 종신보험이라는 상품에는 근본적 차이가 없다”며 “무리한 경쟁이 이어지면 당국이 또다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