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벤처·코스닥 활성화 자금이 민간 자산운용사로 내려오면서 메자닌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투자금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전환사채(CB) 같은 메자닌(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에 투자해야 한다는 조항이 시장의 흐름을 바꿔놨다.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만 있는 ‘무이자 CB’를 찍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부품업체 KX하이텍은 지난달 27일 110억원 규모 CB를 발행하면서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을 모두 0%로 정했다. 전자부품 제조기업 성호전자도 같은 달 895억원 규모의 무이자 CB를 발행했다. 우주·항공기업 AP위성은 지난 7월 표면·만기 이자율이 모두 연 0%인 400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다. 이자 비용 없이 400억원을 조달하면서도 전환가격은 기준주가보다 20% 높은 수준으로 설정했다. 솔브레인홀딩스도 같은 달 450억원 규모의 무이자 CB를 발행했다. AP위성과 솔브레인홀딩스 CB에는 주가가 하락 시 전환가액을 낮춰주는 리픽싱 조항도 없다.
전환사채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이다. 메자닌 투자자가 부족할 때는 리픽싱 조항 등 발행사에 유리한 조건이 붙었지만, 최근에는 기업의 협상력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조성한 펀드 중 상당수가 CB를 비롯한 메자닌에 투자금 중 일부를 투자해야 해서다. 한국성장금융이 출자한 2000억원 규모의 ‘은행권 중견기업 밸류업펀드 3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펀드의 자금을 받는 자산운용사는 약정 총액의 20% 이상을 CB·BW·EB 등에 투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메자닌 발행 규모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9일까지 CB 발행 규모는 7조8804억원으로 이미 작년 규모(5조4791억원)를 넘어섰다. 교환사채(E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더하면 9조2928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역대 최대를 기록한 2021년 11조8537억원을 넘어서 연말께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