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계 최고 권위 상으로 꼽히는 필즈상 수상자 25명이 수학문제 풀이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것을 두고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와 테런스 타오 UCLA 교수 등은 공동서한에서 “문제를 푸는 것은 개념적 이해와 통찰이라는 근본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AI 시대에 이를 잊으면 도구가 본래 목표를 거스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경고는 최근 오픈AI가 90년 넘게 풀리지 않은 수학 난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해결했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오픈AI는 수천 개의 AI 에이전트를 투입해 불과 88시간 만에 해법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류가 오랜 기간 풀지 못한 난제에 AI가 도전해 성과를 낸 것은 놀라운 기술적 진보다.

하지만 수학의 가치는 정답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느냐에만 있지 않다는 게 필즈상 수상자들의 지적이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면서 논리를 정립해 가고, 기존 지식의 한계를 깨달으며 새로운 개념과 통찰에 도달하는 과정이 수학이라는 것이다. AI가 답을 대신 내놓는 순간 인간은 지적 훈련의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성장기 학생들의 사고 능력이다. 수학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답을 얻고, 글쓰기와 외국어 해석까지 AI에 맡기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생각하고 질문하고 머릿속에서 씨름해야 할 시기에 이 같은 노력을 건너뛰면 ‘사고 근육’이 자랄 수 없다. 걷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자동차부터 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노르웨이가 지난달부터 초교 1~7학년의 생성형 AI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AI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인간 대신 생각하는 기계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AI 지능이 높아질수록 인간은 무엇을 기계에 맡기고 무엇을 스스로 해야 할지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AI 진보가 인간의 지적 퇴보로 이어지는 역설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