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19년 5월 고주파 치료기기 전문업체인 알에프메디컬에 185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창업자인 전명기 전 알에프메디컬 대표는 가업 승계가 어렵다고 판단해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일부 지분을 넘겼다. 오너 중심의 중소기업에 PEF의 자본과 경영 시스템이 결합하면서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체질을 갖추기 시작했다.

매출 3배·기업가치 4배…오너·PEF 협업이 만든 알에프메디컬
올해 이 회사 매출은 210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틱인베스트먼트 첫 투자 이후 매출과 EBITDA 모두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알에프메디컬이 만드는 것은 고주파 소작 장비다. 병변에 바늘 모양 전극을 꽂고 열로 태워 없애는 방식이다. 간암·갑상선 결절·하지정맥류·자궁근종 치료에 쓰인다. 회사가 걸어온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20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펜데믹이 발발하며 전 세계적으로 의료시술 수요가 감소했고 알에프메디컬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 대신 중장기적 체질 개선을 택했다. 재고 관리를 통해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신제품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했다.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법인 설립, 인력 채용을 위해 과감한 투자도 단행했다. 엔데믹 이후 스틱인베스트먼트의 결정은 빛을 보기 시작했다. 회사 전체 매출의 약 84%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미국·중국·브라질 등 60개국에서 인허가를 받았고 현지 유통 파트너만 118개사에 달한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전략의 핵심은 기존 오너 및 경영진과의 ‘협업’에 있다. 외부 경영진을 영입하거나 과감한 사업 재편을 시도하기보단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창업자와 동행을 택했다. 창업자인 전 전 대표는 사업과 연구개발(R&D) 등 기업 운영 본연에 집중하고,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 정립과 투명성 강화 등의 작업을 맡았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알에프메디컬 투자는 중소기업 가업승계의 좋은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전 대표는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나눠 스틱인베스트먼트에 경영권 지분을 넘겼다. 지금도 본인과 배우자 보유 지분 등을 더해 특수관계인 기준 약 18.5%를 쥐고 있다. 2019년 약 400억원 수준이던 알에프메디컬 기업가치는 현재 약 1500~2000억원으로 치솟았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