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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스코 고종성 대표 방한 “K-바이오, 파이프라인 수보다 글로벌 경쟁력 있는 후보물질이 핵심”
“신약개발 책임자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제미글로ㆍ렉라자’ 이끈 고종성 대표의 40년
KAIST 석사 시절 미국암연구소(US-NCI) 지원 연구를 계기로 신약개발에 발을 들인 그는 LG생명과학 신약연구소장으로 제미글로 발명 및 상업화에 주도적으로 기여했다. 이후 한국화학연구원 항암센터장과 글로벌 항암연구개발 시범사업단장을 거쳐 제노스코의 신약 연구를 이끌었다. 40여 년간 후보물질 발굴부터 개발ㆍ허가ㆍ사업화까지 신약개발 전 주기를 경험했다. 오랜 현장 경험을 거친 그의 화두는 ‘단순한 과학’을 넘어 ‘실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고 대표는 “한국에도 뛰어난 연구자와 좋은 아이디어는 많지만 연구성과와 실제 환자에게 쓰이는 신약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며 “유망 후보물질을 선별하고 독성ㆍ생산ㆍ임상ㆍ허가에 이르는 단계별 리스크를 줄이면서 글로벌 상업화까지 연결하는 역량이 조직에 축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약개발 책임자의 역할을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유한다. 우수한 과학은 필요조건일 뿐, 서로 다른 전문성을 지닌 이들을 하나의 목표로 조율하는 리더십 없이는 약이 완성될 수 없다는 뜻이다. 특히 그는 오랜 경험을 가진 시니어 연구진의 통찰과 주니어 연구원들의 창의적 시각, 나아가 다양한 세부 전공자들을 두루 아우르며 하나의 팀으로 호흡을 맞추는 포용적 리더십을 강조한다.
또한 고 대표는 “후보물질을 찾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임상과 규제, 사업화 전문가를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리더십이 신약의 성패를 가른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의 글로벌 협력 모델은 2008년 제노스코에 합류해 미국 보스턴의 연구조직을 구축ㆍ운영하면서 본격화됐다. 모든 역량을 조직 내부에 가두기보다 자체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필요한 영역은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병원ㆍ대학ㆍ글로벌 제약사와 연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체계’를 구축했다. 레이저티닙은 제노스코와 오스코텍 공동개발한 물질로, 이후 유한양행으로 기술이전됐다. 이어 유한양행의 초기 임상과 J&J의 글로벌 3상을 거쳐 FDA 허가로 결실을 맺었다. 고 대표는 이를 ‘글로벌 이어달리기’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는다.
개발 과정의 원칙으로는 ‘데이터 기반의 냉정한 판단’을 꼽았다. 성공률이 낮고 비용이 큰 신약개발 특성상 파이프라인 수에 매몰되지 않고 유망 프로젝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렉라자 개발 당시에도 후발주자로서 속도전에 매달리기보다 기존 치료제의 한계였던 뇌 전이 폐암 치료 가능성과 심장독성 문제 해결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후보물질을 선별했다.
고 대표는 “연구자의 직관은 아이디어를 낼 때 필요하지만 실행과 결정은 데이터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바이오 생태계에 대한 제언도 궤를 같이한다.
그는 “국내 바이오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파이프라인 수를 늘리기보다 좋은 후보를 선별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후보물질의 경쟁력과 임상개발의 질’을 봐야 한다”며 “실패한 프로젝트의 데이터까지 조직 안에 축적해 다음 후보물질의 자산으로 바꾸는 연구체계가 정착돼야 한다”고 짚었다.
고 대표는 여전히 미래를 내다보며 실천으로 증명하는 현역이다. 최근에는 신약개발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MIT에서 신약개발에 AI를 접목하는 수업을 직접 수강하는 등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 플랫폼 전략을 연구 현장에 접목하고 있다. 분해제항체약물접합체(DAC)와 표적단백질분해(TPD) 등 차세대 모달리티를 적극 도입하는 배경 역시 말이 아닌 실행으로 미래 생태계를 준비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제미글로와 렉라자로 목표의 절반을 이뤘을 뿐, 세비도플레닙을 포함한 적어도 두 개의 신약을 더 만들고 싶다”며 “단일 물질의 성공에 머물지 않고, AI와 최신 기술 플랫폼을 결합해 다음 성공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구 시스템과 생태계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 R&D를 이끄는 개발자로서 마주한 현재진행형 과제이자 사명”이라고 밝혔다.
김성혜 한경닷컴 기자 shkim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