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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행수입품 감정과 보증책임, 어디까지 인정될까? [조광희의 판례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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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통·유통 플랫폼 업계에서는 전문감정업체와 계약을 맺고 상품의 정품 여부를 확인받는 일이 흔하다. 특히 병행수입 상품은 유통 경로가 복잡하여 위조품 시비에 휘말리기 쉬운데, 감정업자의 보증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점은 실무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정품 감정을 받고 상품을 판매했으나 사후에 위조품으로 판명된 경우, 감정업자는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계약 해석과 감정업자의 책임 범위에 관하여 의미 있는 판결을 내놓았다(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6다200569 판결).
정품 감정 믿고 팔았는데 '위조품' 판정
이 사건에서 홈쇼핑 사업자인 원고는 전문감정업자인 피고와 '감정보증 서비스를 받은 물품이 위조품으로 판명될 경우 피고는 관련 모든 책임을 지며 해당 물품 금액의 2배를 배상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원고는 피고로부터 병행수입 상품에 대해 정품 감정을 받은 뒤 이를 판매하였다.그러나 무역위원회가 해당 물품이 위조품에 해당한다며 불공정무역행위 판정 및 수입·판매 중지 처분을 내렸고, 원고가 제기한 처분 취소 소송 또한 패소로 확정되었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약정에 따른 2배의 배상금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감정 목적물이 품질 면에서 정품과 동일하지 않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원고의 청구를 배척했다. 관련 소송에서 위조품으로 판단된 것은 유통경로가 불분명하다는 이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므로, 품질 차이만으로 위조품 판명이 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법 “공적으로 위조품 확인됐다면 배상책임”
그 이유로 첫째, 관련 행정소송 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해당 물품이 진정상품과 품질에서 실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에 관하여 이미 명시적이고 객관적인 공적 판단 및 확인이 존재했다는 점을 들었다.
둘째, 관련 소송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불공정무역행위 판정 등의 행정처분을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된 이상, 해당 물품은 국내 시장에서 진정상품이 아닌 위조품으로 취급되어 정상적인 거래나 유통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고려했다. 즉, 국내 시장에서 공적으로 품질의 동일성이 부정된 이상 이는 계약상 '위조품으로 판명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은 감정계약의 문언을 해석하면서 단순히 '부품이나 소재의 물리적 동일성'이라는 형식적 기준에만 얽매이지 않고, 해당 물품이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지와 관련 공적 기관의 판정 결과 등 거래 통념과 계약의 목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 감정업체로서는 단지 물리적 품질 감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적 유통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보증 범위를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플랫폼 및 유통업체 역시 감정 보증 조항을 체결할 때 책임 발생 요건과 '위조품 판명'의 기준을 구체화해야 함을 보여준 판결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