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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 팔더니 1000억 쓸어 담았다…'초대박 비결' 알고 보니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70년 어묵집의 ‘변신’
반찬 코너에 머물던 어묵이 식품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변신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제품 모양과 이미지를 활용해 굿즈와 패션, 체험 등으로 접점을 넓히는 전략이다. 어묵업계가 국이나 반찬에 넣어 먹는 전통적인 소비 방식에서 벗어나 간식과 대체면, 굿즈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잠옷·수세미·인형까지
삼진어묵의 굿즈 실험은 일회성이 아니다. 현재 공식 온라인몰에는 핫핑과 협업한 여름 파자마를 비롯해 ‘어묵포트’ 주전자, 장바구니 등이 별도 굿즈로 판매되고 있다. 에버랜드와 협업해 만든 카피바라 인형도 2만7000원에 판매한다. 스크럽대디와 협업한 어묵·대파 수세미는 실제 어묵과 함께 세트 상품으로도 구성했다.특히 파자마는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삼진어묵과 핫핑은 2024년 겨울 처음 어묵을 활용한 홈웨어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여름 두 번째 협업 제품을 출시했다. 핫핑은 여름 제품을 소개하며 첫 협업의 인기에 힘입어 두 번째 제품을 내놓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식품 브랜드와 패션 업체 간 이색 협업이 정례화된 셈이다.
삼진어묵이 노리는 건 굿즈 자체의 매출보다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순간을 늘리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어묵은 통상 겨울철 국물 요리나 밑반찬 수요가 큰 품목이다. 실제 삼진식품도 어묵 시장은 봄·여름에 수요가 줄고 겨울에 판매가 늘어나는 계절적 특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먹는 순간에만 소비자와 만나는 식품의 한계를 굿즈와 체험, 협업 상품으로 메우는 것이다.
삼진어묵의 이 같은 전략은 10여 년 전 시작된 ‘반찬 탈출’의 연장선이다. 삼진은 2013년 12월 업계 최초로 ‘어묵베이커리’를 선보였다. 반찬가게나 마트 냉장고에서 포장된 어묵을 사던 방식에서 벗어나 빵집처럼 매대에서 다양한 어묵을 골라 담는 방식을 도입했다. 새우·고구마·치즈 등을 넣은 어묵과 어묵고로케 등이 인기를 끌면서 ‘부산 반찬’ 이미지가 강했던 어묵을 간식으로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의 혁신이 ‘어묵을 어디서 어떻게 사느냐’를 바꾼 것이라면 최근에는 ‘어묵이라는 브랜드를 어디까지 소비할 수 있느냐’로 실험 범위가 넓어진 셈이다.
국 끓이던 어묵, 면·간식으로
다른 어묵 업체들도 기존 반찬 시장에서 벗어나 소비 장면을 늘리고 있다. 부산의 대표 어묵업체 고래사는 공식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국탕용과 반찬용뿐 아니라 간식, 어묵면 등으로 세분화해 판매한다. 생선살을 면처럼 길게 만든 ‘어묵면’을 별도 카테고리로 운영하고, 이를 활용한 떡볶이와 냉메밀면 등도 선보였다. 쇼핑몰에는 ‘캠핑엔 어묵’, ‘고래사와 브런치’ 등 식사 상황별 메뉴도 전면에 배치했다.어묵업계가 ‘국 끓여 먹는 식재료’라는 이미지를 벗으려는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1~2인 가구 증가와 간편식 소비 확대 등으로 전통적인 집밥용 반찬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간식, 한 끼 식사, 캠핑식, 대체면 등으로 먹는 상황을 계속 늘리는 방식이다.
사업 외연 확대는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삼진식품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3년 846억원에서 2024년 964억원, 지난해 1095억원으로 2년 새 약 29%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매출 548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7%, 23.2% 늘었다.
식품업계에서는 오래된 식품 브랜드일수록 제품 자체를 바꾸는 것 못지않게 브랜드를 경험하는 방식을 확대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가 어묵을 먹지 않는 날에도 어묵 브랜드를 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반찬을 빵처럼 팔겠다’며 시작한 삼진어묵의 실험은 13년 만에 ‘어묵을 입고, 닦고, 들고 다니는’ 단계까지 확장됐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