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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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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에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와 임차인의 임차목적물 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따라서 임차인이 목적물을 반환하거나 그 이행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임대인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더라도 채무불이행에 따른 지체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임차인이 주택을 비우지 않은 상태에서는 임대인이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그 기간 동안의 지연손해금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한편, 현실에서는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최근 전세사기와 역전세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는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가 됐다.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바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다.

임차인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보증계약을 체결하면,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임대인을 대신해 보증금을 지급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임차인은 임대인의 자력과 관계없이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HUG 보증금 지급 의무, 동시이행관계일까

그렇다면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금 지급의무 역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와 마찬가지로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을까? 동시이행관계는 일반적으로 동일한 법률관계에서 서로 대가적 의미를 갖는 채무 사이에서 인정된다.

그런데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는 임대차계약에서 발생하는 반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금 지급의무는 보증계약에서 발생한다. 형식적으로 보면 서로 다른 계약에서 발생한 의무인 만큼, 임대인과 동일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쟁점에 대해 중요한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6다201978 판결).

이 사건에서 임차인은 임대차기간이 종료된 후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였으나, 임대인은 계약이 갱신되었다고 주장하며 반환을 거부하였다. 이에 임차인은 주택을 인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상대로 임차보증금 반환보증계약에 따른 보증금 지급과 지연손해금을 함께 청구하였다. 원심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금 지급의무와 함께 일부 지연손해금 지급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 "임대인과 같은 법리 적용해야"

대법원은 우선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금 지급의무는 형식적으로는 서로 다른 계약에서 발생한 의무라는 점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그 실질에 비추어 보면 임대차계약에서 인정되는 동시이행관계와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로 첫째,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채무는 형식적으로는 보증계약에 따른 의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임대인이 부담하는 임차보증금 반환의무를 대신 이행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었다. 따라서 보증기관의 의무는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성격을 가진다고 보았다.

둘째, 이 사건 보증약관 역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금 지급의무와 임차인의 목적물 인도의무가 서로 동시이행관계에 있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목적물 인도 전엔 지연손해금 청구도 제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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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대법원은 중요한 점을 하나 더 밝혔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동시이행항변을 재판상 또는 재판 외에서 명시적으로 하지 않았더라도, 임차인이 목적물을 인도하거나 그 이행을 제공하기 전까지는 보증기관은 지체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동시이행관계에서 발생하는 지체책임의 면제는 항변권 행사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이행관계라는 법률효과에서 당연히 도출된다는 취지이다.

이번 판결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을 전제로 하면서도, 보증기관이 임대인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임차인으로서는 보증기관에 보증금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목적물을 인도하거나 적어도 그 이행을 제공해야 지연손해금까지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보증기관 역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를 대체해 이행하는 지위에 있는 이상, 그 책임의 범위 또한 임대인과 동일한 기준에 따라 판단된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