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성장투자까지 발목잡는 '유증 포비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하자 일부 소액주주가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증자 계획을 발표한 뒤 주가가 8%가량 하락했기 때문이다. 조달 자금의 쓰임새를 따지기보다 유상증자라는 꼬리표와 단기 주가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세운 이번 증자의 목적은 역설적으로 ‘장기 주주가치 제고’다. 회사는 3일 소액주주 대상 설명회를 열어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상증자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악재라고 단정하지 말아 달라는 호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 중심의 사업 영역을 펩타이드로 넓혀 급성장하는 비만치료제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20일 스위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증자는 인수 자금과 생산능력 확충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시장도 처음에는 이런 성장 전략에 호응했다. 인수 발표 당시 134만5000원이던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직전인 지난달 27일까지 18.5% 상승했다.

유상증자에 대한 소액주주의 불신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상장사가 유동성 위기를 넘기거나 경영권을 지키려고 증자를 남발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 투자 목적의 증자를 이런 사례와 같은 선상에 놓기는 어렵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74.3%다. 소액주주에게만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로 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유상증자는 주당 가치 희석이라는 비용이 따르지만 장점도 분명한 자금 조달 수단이다. 차입과 달리 원금 상환과 이자 부담이 없어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조달한 자금으로 창출하는 가치가 주당 가치 희석분을 웃돈다면 결과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다. 투자 시기를 놓치면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려운 첨단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유상증자를 무조건 악재로 본다면 기업의 과감한 성장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지난 3월 한화솔루션은 차입금 상환과 태양광 사업 투자 등을 위해 2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최종 조달액은 1조1713억원에 그쳤다. 주주 반발과 이를 인식한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이어지는 사이 주가가 크게 하락한 탓이다. 기업과 주주 모두 손해를 본 결과였다.

증자의 성패는 당장의 희석률이 아니라 조달한 자금이 얼마나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 마련까지 ‘유증 포비아’로 가로막는다면 그 대가는 결국 주주에게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