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안 웨라이(오른쪽 네 번째) 중국 큐레이터가 3일 광주비엔날레 철수를 발표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루안 웨라이(오른쪽 네 번째) 중국 큐레이터가 3일 광주비엔날레 철수를 발표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국제미술전인 광주비엔날레의 중국 전시팀이 개막식을 하루 앞두고 파빌리온(국가관)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만 측이 전시관 명칭을 ‘대만관(타이완 파빌리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광주비엔날레 중국관 전시팀은 3일 전남광주 하정웅미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한 항의의 뜻을 밝히기 위해 전시 철수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했다. 루안 웨라이 중국관 전시 기획팀 큐레이터는 “저희는 광주비엔날레를 매우 중요시하며 중국관 기획과 전시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지만, 광주비엔날레 주최 측이 중국 대만 지역의 전시 참가와 관련해 잘못된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정치적 요소가 예술 영역에 개입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광주비엔날레는 4일 개막식을 열고, 이튿날인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주제로 개최된다. 중국 전시팀은 비엔날레 개막에 맞춰 70%가량 이미 작품을 설치했지만 철수를 결정하면서 전시는 열리지 못하게 됐다.

이번 철수는 광주비엔날레 대만 파빌리온의 이름을 대만관으로 하느냐, 국립대만미술관의 약칭인 NTMoFA로 하느냐를 놓고 빚어졌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국가관이 아니라 기관관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기관명 약칭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만 측은 계속 대만관으로 협의했다고 반박했다. 비엔날레 재단은 미술계의 비판이 잇따르고 작품 설치도 지연되자 국립대만미술관의 국가관 변경 신청을 승인했다. 이후 중국 파빌리온 전시팀은 지난달 28일부터 광주 하정웅미술관에서 진행하던 작품 설치를 중단하고 항의하다가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자국 영토로 보는 시각에서다.

지역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이 비엔날레 파빌리온 전시에 함께 참가하는 것은 처음인데, 비엔날레 재단이 미리 이런 사태를 예견해 조정에 나서야 했지만 국가관 명칭에 너무 순진하게 접근한 것 같다”며 “중국 파빌리온을 시립 미술관에 넣고, 대만 파빌리온을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에 넣기로 한 것도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6~7일 전남광주를 방문하기로 했던 중국 광저우시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대표단도 대만관 명칭 논란을 이유로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중국 저장성 저우산시도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홍보관 운영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회에 전달했다. 저우산시의 박람회 전시팀은 이날 김해공항에 도착했지만 대기 지시를 받고 여수시로 이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지난달 31일 사과문을 내고 “전남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했다. 광주비엔날레 재단도 전날 입장문을 내고 운영 혼란을 사과한 뒤 중국관의 참여를 희망한다고 했지만 중국이 전남광주시의 국제행사를 잇달아 보이콧하면서 후폭풍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남광주=임동률/성수영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