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에 나온 서도호의 신작 ‘자화상’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에 나온 서도호의 신작 ‘자화상’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미술 1번지’ 서울 삼청동의 올해 아트위크 전시 라인업은 여느 때보다 더 화려하다. 세상을 떠난 국내외 거장을 다시 불러내는 회고전, 현역 대가들의 신작전이 어우러진 덕분이다. 삼청동을 넘어 북촌과 광화문, 정동에서도 대형 전시가 이어진다. 경복궁 돌담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근사한 ‘초가을 미술 투어 코스’가 완성되는 셈이다.

서도호·김보희·강요배 주목

판이 가장 큰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서도호 개인전이다. 유치원 시절 그림부터 올해 신작까지 그의 전 생애를 처음으로 조망한다. 트레이드마크인 천으로 지은 실물 크기의 집이 한국에 걸리는 건 2014년 이후 12년 만이다.

미술관을 나와 북촌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푸투라서울에서 에스 데블린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한창이다. 비욘세와 U2등 팝스타들의 무대 디자인과 미술, 건축을 넘나들며 세계가 주목해온 작가다. 거울로 둘러싸인 방에 들어서면 빛과 언어가 겹겹이 반사되며 관객을 에워싼다. 시각적 화려함과 메시지, 관객의 체험까지 다 잡은 ‘명품 전시’다.
김보희의 ‘투워즈’. /갤러리현대 제공
김보희의 ‘투워즈’. /갤러리현대 제공
삼청로 초입 갤러리현대에는 전시마다 ‘오픈런’을 부르는 완판 작가 김보희가 관객을 사로잡는다. 제주의 정원과 바다를 화폭에 옮긴 회화 약 40점은 누가 봐도 탄성이 나올 만큼 직관적으로 아름답다. 언어와 소통의 구조를 탐구해 온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 크리스틴 선의 국내 첫 갤러리 개인전도 함께 열린다. 지난해 영국 현대미술 전문지 ‘아트리뷰’가 선정한 현대미술계 영향력 있는 인물 순위에서 34위에 오른 작가다.
강요배의 ‘열매 한 알’. /학고재갤러리 제공
강요배의 ‘열매 한 알’. /학고재갤러리 제공
학고재의 강요배는 4년 만의 개인전에서 제주의 폭포와 파도, 마당의 풀과 나무를 그린 회화 28점을 걸었다. 다음달 12일까지만 열리니 서두르는 게 좋다. 아트선재센터의 함양아 개인전에서는 2층의 거대한 원형 구조물 안에서 22분간 상영되는 한국 현대사의 여러 장면을 볼 수 있다. 미디어아트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이라도 그 규모와 완성도에 감탄할 만한 작품이다. 28일부터는 지하 극장에서 김무영의 첫 미술관 개인전도 시작된다.

다시 불려 나온 거장들

국제갤러리는 박서보(1931~2023)의 3주기전 ‘변하는 변하지 않는’을 열고 있다. K1·K3와 한옥 등 전관에 1967년의 연필 묘법부터 말년의 신문지 묘법까지 40점을 걸었다. 좀처럼 공개되지 않던 1980년대 초의 한지 실험작도 나왔다. 그의 작품 세계 전반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다.

단색화를 대표하는 또 다른 화가 윤형근(1928~2007)의 전시는 PKM갤러리에서 열린다. 시기별 대표작 30점으로 화업을 훑어보는 전시다. 다음달 1일부터는 작가가 살던 마포 서교동 집이 ‘윤형근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관객을 맞는다. 예약해야 관람할 수 있다.

해외 거장의 회고전도 있다. 광화문 세화미술관에서는 지난 4월 별세한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사후 첫 미술관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은 ‘색채의 마법사’ 이대원(1921~2005)의 첫 대규모 회고전에 유화 120여 점을 펼쳤다.

이 밖에도 들를 곳이 많다. 백아트에서는 네덜란드 출신 작가 멜라 야르스마의 개인전이 열리고, 선혜원은 다음달 1일 모나 하툼·최성임·김윤수의 3인전을 개막한다. 서촌 한옥의 마시모데카를로에서는 배헤윰 개인전이 다음달 5일까지 짧게 걸린다. 모두 경복궁을 끼고 걸어서 돌 수 있는 거리다. 일대 갤러리들이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삼청나잇’도 다음달 3일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