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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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다이아몬드 시장의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천연 다이아몬드가 중심이었던 시장에 랩다이아몬드가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과 주얼리 디자인의 방향까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다이아몬드를 갖고 싶어도 가격이 부담스러워 1캐럿 대신 1부, 2부, 5부처럼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다이아몬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플한 목걸이나 작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여러 개 레이어드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소비자들이 과거에는 가격 때문에 쉽게 선택하지 못했던 큰 사이즈의 다이아몬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랩다이아몬드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품질도 안정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부담스러웠던 2캐럿, 3캐럿의 다이아몬드도 이제는 훨씬 현실적인 가격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자연스럽게 테니스 팔찌와 테니스 목걸이처럼 다이아몬드의 볼륨과 존재감을 한눈에 보여주는 주얼리의 수요도 크게 늘었다.

결혼 예물 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과거에는 GIA 인증 천연다이아몬드 1캐럿을 선택했다면, 최근에는 그보다 훨씬 큰 3캐럿 안팎의 IGI, GIA 인증 랩다이아몬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작지만 희소한 다이아’에서 ‘크고 아름다운 다이아’로 소비의 기준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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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기준이 ‘작지만 희소한 다이아몬드’에서 ‘크기와 빛, 존재감이 돋보이는 다이아몬드’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주얼리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랩다이아몬드가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서 디자이너들도 보다 과감하고 볼륨감 있는 디자인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쁘띠 사이즈의 다이아몬드와 여러 개를 겹쳐 착용하는 레이어드 주얼리가 유행했다면, 지금은 하나만 착용해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주얼리가 주목받고 있다.

‘작게 여러 개’에서 ‘하나를 크게’

지금 주얼리 소비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뉴욕 맨해튼에 사는 필자의 지인들도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미국의 긴 여름방학 동안 아이들과 함께 한국을 찾는 이들은 서울 대치동에서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는 한편,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고 맛집을 찾는다.

그리고 한국에 오면 빠지지 않는 코스가 평소 착용하는 하이엔드 명품 주얼리와 자연스럽게 믹스매치할 수 있는 한국 디자이너 주얼리를 찾는 것이다. 명품을 입고, 명품 가방과 주얼리를 착용하면서도 그 안에 자신만의 개성을 더하는 셈이다. 특히 한국 디자이너 주얼리는 명품과 함께 착용했을 때 또 다른 매력을 만들어낸다. 까르띠에나 불가리, 반클리프 아펠 같은 명품 주얼리에 유니크한 디자이너 주얼리를 더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한다. 이제 소비자는 단순히 ‘어떤 브랜드를 착용했는가’보다 ‘어떻게 나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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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다이아몬드의 변화도 흥미롭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랩다이아몬드는 비교적 작고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다이아몬드’라는 개념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가격과 품질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도 더욱 과감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주얼리 디자인을 한 단계 더 자유롭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내가 주얼리 디자이너로서 더욱 주목하는 변화가 있다. 바로 ‘얼마나 큰 다이아몬드를 갖느냐’뿐 아니라 ‘그 주얼리를 얼마나 자주 착용하느냐’로 소비의 기준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는 런던에 사는 고객이 결혼을 앞두고 웨딩반지를 주문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을 원한다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었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따로 있었다.

매일 착용할 수 있는 결혼반지를 만드는 것. 결혼 예물은 고가인 경우가 많고, 디자인에 따라 일상생활에서 불편할 수도 있다. 혹시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결혼식이 끝난 뒤 반지를 금고나 집에 보관해두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나는 이런 분들에게 늘 이야기한다. 소중한 주얼리일수록 간직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일상 속에서 충분히 착용하길 바란다고.

주얼리는 캐주얼한 옷에도, 정장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려야 한다. 특별한 날 한 번 꺼내 착용하는 것보다 매일 손에 끼고, 목에 걸고, 귀에 걸면서 자신의 삶 속에서 즐기는 것. 나는 그것이 주얼리의 진짜 가치라고 생각한다. 특히 결혼 예물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에게 주얼리를 선물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생각한다면, 가장 좋은 보답은 그 주얼리를 잘 착용하고 오래 즐기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앞으로의 주얼리 디자인에서는 ‘럭셔리’와 ‘실용성’의 균형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크고 화려한 것만이 럭셔리는 아니다. 매일 착용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도 손이 가며, 자신의 삶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 이제 주얼리의 가치는 가격이나 크기뿐 아니라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 나와 함께할 수 있는가로 결정될 것이다.

내년 주얼리 트렌드는

그렇다면 2026년 FW와 2027년 SS에는 어떤 변화가 이어질까. 앞으로는 명품 가방을 넘어 명품 주얼리를 소장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명품 주얼리 브랜드를 선호하면서도, 명품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을 담은 볼륨감 있는 디자이너 주얼리를 함께 믹스매치하는 스타일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목걸이는 하트, 별, 십자가, 왕관처럼 특정 모티브를 강조한 디자인보다는 다이아몬드와 컬러스톤 자체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식적인 모티브보다 스톤의 크기와 빛, 컬러 자체가 디자인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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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는 1부, 2부 정도의 랩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이터너티 링이 데일리 주얼리로 꾸준히 사랑받는 가운데, 에메랄드 컷과 오벌 컷 등 팬시 컷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볼륨감 있는 링도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특히 하나의 큰 스톤이 만들어내는 존재감과 우아함을 강조한 디자인이 소비자의 시선을 끌 것으로 보인다.

귀걸이는 화려한 드롭형보다는 포스트형의 클래식하고 심플한 디자인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특별한 날에만 착용하는 주얼리보다 매일 편안하게 착용하면서도 충분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디자인, 그리고 다른 주얼리와 자연스럽게 믹스매치할 수 있는 실용적인 디자인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팔찌는 작고 섬세한 쁘띠 스타일에서 벗어나 하나만 착용해도 존재감이 살아나는 볼륨감 있는 디자인이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여기에 명품 주얼리와 디자이너 주얼리를 함께 매치해 2~3개의 팔찌를 레이어드하고, 서로 다른 브랜드와 디자인을 자유롭게 믹스매치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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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앞으로의 주얼리 트렌드는 ‘작게 여러 개’에서 ‘하나를 선택하더라도 존재감 있게’, 그리고 ‘명품 하나’에서 ‘명품과 디자이너 주얼리의 자유로운 믹스매치’로 이동하고 있다. 주얼리의 가치는 더 이상 브랜드의 이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제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디자인을 선택하고, 그것을 어떻게 조합해 나만의 스타일로 완성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주얼리를 소유하는 것에서, 주얼리와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 주얼리의 가치는 더 이상 브랜드의 이름이나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디자인을 선택하고, 그것을 어떻게 조합해 나만의 스타일로 완성하며, 얼마나 자주 자신의 삶 속에서 즐기는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주얼리 시장의 변화는 단순히 천연다이아몬드와 랩다이아몬드 중 무엇이 더 좋으냐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제 소비자들은 비싼 것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맞는 크기와 디자인을 선택하고, 명품과 디자이너 주얼리를 자유롭게 섞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간다.

랩다이아몬드는 이러한 변화를 더욱 빠르게 만들어낸 하나의 계기다. 다이아몬드를 ‘얼마나 비싸게 샀는가’보다 ‘어떻게 나답게 착용하는가’가 중요해진 시대. 주얼리는 이제 부와 신분을 보여주는 장식을 넘어,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