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신건강 돌봄 수요가 증가하면서 병원 중심 치료의 한계를 보완하는 디지털 기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부족 등 국내 의료 현장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고, 병원에서 이뤄지던 치료를 환자의 일상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마인즈에이아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등급 디지털 의료기기 ‘치유포레스트’의 품목 허가를 받았다. 치유포레스트는 기존 정신건강 전문가의 대면 상담 치료를 디지털 및 가상현실(VR) 기술로 구현한 의료기기다. 환자는 VR 기기를 착용하고 ‘마음 배우기’와 ‘마음 훈련하기’ 등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유럽 주요국은 이 같은 디지털 치료제를 공공 의료체계에 편입해 정신건강 치료 무대를 진료실 밖으로 넓히고 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2022년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슬리피오’를 치료 선택지로 권고해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는 치료에 공공 의료체계의 문을 열었다. 독일은 2020년부터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치료제 급여 제도인 ‘디가(DiGA)’를 시행하고 있다. 환자가 법정건강보험의 지원을 받아 디지털 치료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국도 불면증 치료를 돕는 ‘솜즈’를 시작으로 다양한 정신건강 질환 대상 디지털 치료제 허가가 이어지고 있다. 스타트업 와이브레인에 따르면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을 집에서 6주간 사용하도록 한 임상 결과 환자 10명 중 6명이 뛰어난 치료 효과를 경험했다. 박진영 연세대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와 전자약의 가장 큰 의미는 병원이 아니라 환자의 집에서 의사의 관리 아래 높은 치료 효과를 구현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술을 의료체계에 편입해 부족한 인력을 보완하고 지속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디지털치료연구센터장은 “의사가 쉽게 처방할 수 있는 플랫폼과 실제 임상 데이터의 누적, 건강보험 보상체계 정비가 활성화를 위한 관건”이라고 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