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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칼럼] K신약 개발 기업을 위한 변명
신약 후보군 잇단 좌초에
'양치기 소년' 신세된 업계
"한국은 안돼" 자조적 비판도
혁신약 개발은 '종합 예술'
자본·기술·시간 쌓여야 성공
환자 위한 노력은 이어져야
이지현 바이오헬스부 차장
'양치기 소년' 신세된 업계
"한국은 안돼" 자조적 비판도
혁신약 개발은 '종합 예술'
자본·기술·시간 쌓여야 성공
환자 위한 노력은 이어져야
이지현 바이오헬스부 차장
1호 신약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 화학항암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표적항암제가 등장했고 암 환자 치료 전략은 유전자 ‘맞춤형’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신약 개발을 위한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 기업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선플라는 허가 10년 만인 2009년 생산이 중단됐고 시장에서 퇴출됐다.
선플라는 복제약 생산·판매에만 집중하던 국내 제약사에 ‘자극제’가 됐다. 정부의 신약 개발 육성정책과 맞물려 이후 10여 년간 매년 한두 개꼴로 국산 신약이 나왔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안타깝게도 선플라의 길을 답습했다. 떠들썩한 성공 소식만 남긴 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신약 개발이란 목표를 달성한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라고 여기던 시기였다. 신약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기술 발전 속도, 의료 현장 수요, 환자 편의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개발해야 한다는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던 때다.
이후 2018년 등장한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2021년 나온 유한양행의 폐암신약 ‘렉라자’ 등은 명실상부한 국산 신약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국산 신약이 미국과 유럽 등 의약품 선진국까지 진출해 글로벌 제약사 제품과 경쟁하고 있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 개발 역량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의학 분야 신기술을 공개하는 국제학회에서 ‘구경꾼’에 머물던 국내 기업은 메인 세션 단상에 올라 발표하고 기술 수출을 성사시키는 ‘주인공’으로 탈바꿈했다. 첫 국산 신약이 세상에 나온 지 불과 27년 만에 거둔 성과다.
신약 개발은 자연과학의 종합예술로 불린다. 질병 원인 단백질을 찾아 이를 조절할 신약 후보군을 추리려면 생물학과 화학 기술이 필요하다. 인체 구조와 작동 원리를 잘 이해하고 신약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려면 임상 의학도 그에 맞춰 발전해야 한다. 초기 물질 발굴부터 동물실험, 사람 대상 임상 단계마다 각종 데이터가 쏟아진다. 이를 분석하고 이상 신호를 파악해야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단계별 기술력에 더해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넓은 시야도 필요하다. 좋은 물질도 환자 치료 환경 변화에 따라 시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0년가량 걸리는 마라톤 같은 개발 과정을 이어가면서도 적절한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 최근엔 ‘자본력’까지 중요해졌다. 미국, 유럽, 중국 등의 글로벌 기업이 될성부른 초기 물질과 기술을 경쟁적으로 사들이는 ‘쩐의 전쟁’을 시작하면서다.
“한국 제약·바이오엔 미래가 없다.” HLB그룹의 간암 신약 후보물질 ‘리보세라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 반려 통보를 받고,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치료제 후보물질 ‘TG-C’가 최종 임상 1차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자 이런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성공 가능성’이란 꿈을 팔던 한국 제약·바이오업계는 ‘신뢰의 시험대’에 올랐다.
물론 양치기 소년 같은 일부 기업의 과도한 희망고문은 사라져야 한다. 동시에 모든 실패에 낙담하며 비난만 하는 자세도 옳은 관전 태도가 아니다. 신약 개발 성공률은 10% 남짓이다. 90%의 실패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사회가 돼야 혁신 신약의 새 싹을 틔울 수 있다. 미국 화이자를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린 ‘비아그라’는 수차례 실패 끝에 탄생했다. ‘해피드러그’(행복을 위한 약) 시장을 연 발기부전 치료제 성공의 자양분은 고혈압 임상 실패였다. 환자를 향한 신약 개발 노력은 멈추지 말고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