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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달리다, 가을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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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우리가 달리는 이유
한여름, 우리가 달리는 이유
국내에 러닝 붐이 이어지면서 한여름에도 운동화 끈을 고쳐 매는 러너가 늘고 있다. 피어오르는 지열과 폭염 속, 더위와 무조건 싸우는 대신 계절을 지혜롭게 나기 위해 달리는 방식도 다채로워졌다. 낮의 뙤약볕이 물러간 늦은 밤, 강바람을 뚫고 달리는 ‘한강런’은 여름철 러너들에게 단연 인기가 높다. 최근 한강변에는 달리기 후 지친 몸을 사우나와 휴식으로 씻어낼 수 있는 러닝 전문 복합문화공간까지 문을 열며 러너들의 새로운 아지트로 부상했다.
아스팔트의 뜨거운 지열을 피해 깊은 숲과 흙길로 뛰는 ‘트레일러닝’ 역시 인기다. 나무 그늘이 직사광선을 가려주고 흙길이 열기를 흡수해 더위 속에서도 온전히 코스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도심 러닝과 달리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으면서도 지형 변화가 다양해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기록에 대한 조바심을 내려놓고 걷기와 뛰기의 중간 페이스를 유지하는 ‘슬로러닝(슬로 조깅)’은 무더위가 만든 새로운 러닝 트렌드다. 심박수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운동 효과가 뛰어나 여름철 안전하게 달리는 행위를 이어갈 수 있다.
“계속 달리는 아픔과 나 자신을 단련해 가는 기쁨은, 시간이 지나며 내 안에 정직하게 포개어진다. 하루하루 세심하게 쌓아 올린 걸음은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하루키의 문장처럼 오늘 밤에도 러너들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길 위로 나선다. 무더위를 뚫고 묵묵히 내딛는 발걸음은 단지 그 계절을 견디는 일이 아니다. 가을이 왔을 때 가장 찬란하게 피어날 스스로를 향한 가장 정직한 약속이다. 찌는 듯한 여름에 흘린 정직한 땀방울만이 다가올 계절의 결승선에서 가장 달콤한 바람으로 되돌아올 것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