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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버리고 해외 싹쓸이…1450조 굴리는 국민연금 '대이동'
20조 불어난 국민연금 대체투자
돈은 해외로, 부동산은 더 공격적으로
대체투자 174.6조 전년 대비 12.6% 증가
해외 비중 88.1%, 국내 투자잔액은 감소
코어 대신 가치제고형 부동산 투자 확대
호주 '리빙'·사모대출로 투자처 다변화
돈은 해외로, 부동산은 더 공격적으로
대체투자 174.6조 전년 대비 12.6% 증가
해외 비중 88.1%, 국내 투자잔액은 감소
코어 대신 가치제고형 부동산 투자 확대
호주 '리빙'·사모대출로 투자처 다변화
12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부동산·사모·인프라 투자잔액은 전년보다 12.6%(19조5467억원) 늘어난 174조6455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투자잔액은 20조원 넘게 늘어난 데 비해 국내는 1조원 가까이 줄었다. 세 자산군의 해외 투자 비중도 86.0%에서 88.1%로 높아졌다.
해외부동산 5.6조↑…코어보다 ‘가치제고’
부동산은 규모뿐 아니라 투자 성격까지 달라졌다. 해외 부동산 투자잔액은 12.0%(5조6361억원) 늘어난 52조5823억원으로 전체 부동산 증가분의 99%를 차지했다. 우량 자산을 장기간 보유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는 코어·코어플러스의 해외 펀드 비중은 58.1%에서 52.9%로 낮아진 반면 개발·리모델링과 임차인 재편 등으로 자산가치를 높이는 밸류애드·오퍼튜니스틱은 41.9%에서 47.0%로 확대됐다. 밸류애드·오퍼튜니스틱의 투자잔액 증가분이 해외 부동산 펀드 전체 증가액의 약 88%를 차지했다.글로벌 부동산 가격 조정이 길어진 것이 투자 전략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고금리 충격으로 가격이 낮아진 자산을 사들여 시장 회복만 기다리기보다 개발과 운영 개선을 통해 직접 가치를 높일 투자 기회가 커졌기 때문이다. 단순 보유보다 자산 운용과 개발 역량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내는 전략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실 우려가 컸던 해외 자산을 정상화한 경험도 최근 전략 변화에 힘을 보탰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홍콩 오피스 침체와 핵심 임차인 이탈로 어려움을 겪은 타워535는 대출 상환과 지분 추가 인수 등 정상화 작업을 거쳐 최근 임대율이 만실에 가까운 수준까지 회복했다. 최근 홍콩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와 자산 정상화가 맞물리면서 시장 평가액도 반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와 공사비 급등으로 원금 손실 우려가 제기된 캐나다 토론토 CIBC스퀘어 타워2 역시 추가 자금을 투입해 개발을 이어간 끝에 완공 전 임대율 100%를 달성했다. 위기 때 자산을 처분하기보다 추가 자본과 적극적인 운용으로 가치를 되살린 경험이 쌓인 셈이다.
호주달러 자산 2.2배…‘리빙’에 베팅
해외 부동산 가운데서는 호주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 투자잔액은 전년보다 36.0%(3조220억원) 증가했고, 호주달러(AUD) 표시 부동산 잔액은 1조9481억원에서 4조3164억원으로 2.2배로 불어났다.호주는 장기 투자자인 국민연금과 궁합이 좋은 구조적 성장 요인을 갖춘 시장으로 꼽힌다. 높은 집값과 금리로 주택 구매 문턱은 높아진 반면 이민자와 유학생 유입으로 주요 도시의 주거 수요가 공급을 웃돌고 있다. 정부도 기업형 임대주택(BTR)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민간 자본의 주택 공급 참여를 유도하고 있어 민간학생기숙사(PBSA)와 임대주택, 시니어주거 등 장기간 운영수익을 낼 수 있는 ‘리빙’ 자산이 기관투자가의 투자처로 부상했다.
사모대출 46%↑…인프라도 펀드 중심
수익원을 넓히려는 움직임은 다른 대체투자 자산에서도 나타났다. 사모투자 잔액은 지난해 15.5%(9조5073억원) 증가한 70조8980억원으로 세 자산군 가운데 가장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특히 사모대출(Private Debt) 펀드는 6조5719억원에서 9조5771억원으로 45.7%(3조52억원) 급증해 10조원에 육박했다. 사모펀드 내 비중도 12.3%에서 15.2%로 높아졌다.사모대출 확대에는 국민연금이 초대형 장기투자자라는 특성이 작용한다. 은행 대신 기업 등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사모대출은 돈이 장기간 묶이는 대신 일반 채권보다 높은 이자수익과 유동성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회수할 필요가 없는 국민연금으로서는 장기 자금을 활용해 현금흐름을 확보하면서 주식·채권과 다른 수익원을 추가할 수 있다. 은행 규제 강화로 전통 금융회사가 채우지 못하는 기업 자금 수요가 사모대출 시장으로 이동한 것도 투자 기회를 넓히고 있다.
인프라도 10.5%(4조3381억원) 증가한 45조8080억원으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펀드 투자잔액은 16.0%(3조9390억원) 늘어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 부동산·사모·인프라를 합치면 지난해 세 자산군 투자잔액 증가분의 약 92%가 펀드형 투자에서 발생했다. 다만 프로젝트와 펀드를 직접·위탁투자로 단순하게 나눌 수 없는 만큼, 대체투자 확대 과정에서 개별 프로젝트보다 펀드형 자산의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랐다는 점 자체에 의미가 있다.
커지는 기금…더 넓은 시장·수익원 찾아야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변화는 빠르게 불어나는 기금 규모와 맞닿아 있다. 2020년 말 833조7000억원이던 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1458조원으로 5년 만에 624조3000억원(74.9%) 불어났다. 국내 자본시장만으로 막대한 자금을 소화하기 어려워질수록 해외로 투자 지역을 넓히고 주식·채권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자산을 확보해 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커진다. 대체투자는 거래 규모가 크고 투자 기간도 길어 거대 연기금이 장기 자금을 운용하면서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도 투자 확대를 뒷받침한다.지난해 포트폴리오에서는 이런 변화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투자 무대는 국내에서 해외로 넓어졌고, 부동산에서는 안정적인 자산을 사서 보유하는 전략에서 개발과 운용을 통해 가치를 높이는 투자로 영역이 확장됐다. 사모대출과 글로벌 펀드 등 새로운 투자수단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급 연기금으로 몸집이 불어날수록 더 넓은 시장과 다양한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국민연금의 과제가 실제 자산배분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연기금 업계 관계자는 “기금 규모가 커질수록 국내 시장만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대체투자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앞으로는 단순히 해외 자산을 늘리는 것을 넘어 우수한 현지 운용사와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는지가 수익률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