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구글 AI Gemini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구글 AI Gemini
편의점에선 인공지능(AI)이 판매량과 재고를 분석해 적정 발주량을 계산하고, 식품회사에선 세계 각국의 소비 트렌드를 훑어 신제품 아이디어까지 제안한다. 과거 신입사원이나 저연차 직원이 상당 시간을 들였던 시장조사와 데이터 정리, 발주 등 정형 업무를 AI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내수 부진에 대응해 조직 효율화에 나선 식품·유통업계에서 채용 문도 좁아지고 있다.

7개사 1년 새 직원 1887명 급감

14일 식품·유통업계 주요 기업의 사업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CJ제일제당, 농심, 오뚜기,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GS리테일, BGF리테일 등 주요 7개사의 직원 수는 2024년 4만484명에서 지난해 3만8597명으로 1년 새 1887명(4.7%)이 감소했다.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롯데웰푸드다. 직원이 6549명에서 5825명으로 724명 줄었다. 롯데칠성음료도 5716명에서 5217명으로 499명 감소했다. BGF리테일은 3379명에서 3130명으로 249명, CJ제일제당은 8387명에서 8232명으로 155명, GS리테일은 7458명에서 7304명으로 154명 줄었다. 농심과 오뚜기도 각각 34명, 72명 감소했다.

전체 직원보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의 감소폭이 더 컸다. GS리테일의 신규 채용 인원은 2023년 585명에서 2024년 274명, 지난해 217명으로 2년 만에 62.9% 급감했다. 30세 미만 신규 채용자는 같은 기간 400명→201명→145명으로 63.8% 줄었다. 다만 GS리테일의 신규 채용에는 대졸 신입 공채뿐 아니라 경력직과 GS더프레시 현장 계약직 등도 포함된다.

채용 공고 자체도 꾸준히 줄어


유통·식품업의 채용 공고 자체도 꾸준히 줄고 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유통·식품업 연간 채용 공고는 2021년 16만8474건에서 2022년 17만9366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14만8120건, 2024년 12만9782건, 지난해 11만8096건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대면 소비가 살아나고 유통·외식업체들이 인력을 다시 충원하기 시작한 2022년 채용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이후 소비 둔화와 비용 절감 기조가 겹치며 채용 규모가 빠르게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공고 수는 2021년보다 29.9%, 정점이었던 2022년과 비교하면 34.2% 감소했다.

신입 채용의 문은 더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진학사 캐치가 올해 3월 대·중견기업 신입 채용 공고를 분석한 결과 전체 공고는 791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45% 줄었다. 특히 판매·유통 분야 신입 공고는 1년 새 69% 급감해 전체 직군 가운데서도 채용 위축이 두드러졌다.

AI가 맡는 업무는 빠르게 늘어


사람을 덜 뽑는 사이 AI가 맡는 업무는 빠르게 늘고 있다. GS25는 AI를 활용해 점포별 판매량과 재고 등을 분석하고 발주량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CU도 ‘AI 기반 스마트 발주 2.0’을 도입했다. 점주와 직원이 과거 판매 실적을 일일이 확인해 주문량을 결정하던 업무를 데이터와 AI가 보조하는 방식이다.

식품회사에서는 AI의 영역이 상품기획으로까지 넓어졌다. CJ제일제당은 이달 자체 개발한 AI 기반 마케팅 인텔리전스 플랫폼 ‘Food AI 360’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했다. 각국의 식품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신제품 콘셉트를 만들거나 소비자 반응을 예측한다. 회사는 ‘말차 햇반’과 ‘비비고 연어 스테이크’ 등의 상품 기획에도 이 시스템을 활용했다.

백화점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대면 서비스와 VIP 영업 등 사람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업무가 많은 만큼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최근 2년간 전체 직원 규모에 큰 변화가 없었다. 신세계 직원은 2023년 2618명에서 지난해 2634명으로 소폭 늘었고 현대백화점은 3194명에서 3159명으로 1.1% 감소했다. 다만 롯데백화점은 같은 기간 4601명에서 4162명으로 9.5% 줄었다. 자동화하기 쉬운 정형 업무의 비중에 따라 업태별 고용 변화에도 차이가 나타나는 셈이다.

"퇴직자 생기면 공백 안채우는 추세"


업계에서는 퇴직자가 생기면 같은 수의 사람을 다시 뽑던 인력 운용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본다. 시장자료를 엑셀에 옮기고 판매량을 정리해 발주량을 계산하거나 보고서 초안을 만드는 업무를 AI가 대신하면서 단순 반복 업무를 담당할 초급 인력을 많이 둘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AI 도입이 사람을 곧바로 대체한다기보다 기존 직원 한 명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을 늘리고 있다”며 “앞으로는 단순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보다 AI가 내놓은 결과를 해석하고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흐름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입이 하던 일인데"…요즘 유통가서 '막내'가 사라진 이유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유행은 빠르게 번지지만 그 이면은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트렌드워치’는 뜨는 소비 트렌드 뒤에 숨은 업계의 전략과 시장의 변화를 추적합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