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를 중심으로 부동산 세 부담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전·월세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뉴스1
정부가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를 중심으로 부동산 세 부담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전·월세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뉴스1
#1. 서울에 사는 60대 은퇴자 오모씨는 석 달마다 서울 병원 네 곳을 돌며 건강을 챙긴다. 그는 고가 1주택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고 지방 이전 시 세제 혜택을 주는 세제 개편안을 접한 뒤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생활의 기반이 서울인데 모든 걸 두고 어디 가서 어떻게 살라는 얘기냐”고 썼다.

#2. 돌이 갓 지난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이모씨는 자신의 집을 세주고 친정 근처로 이사했다. 육아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하지만 부모에게 육아 도움을 받기 위해 이사하는 것은 정부가 세제 개편안에서 제시한 비거주 사유에 명시돼 있지 않다. 향후 양도소득세를 산출할 때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이씨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이사하는 기간은 거주 기간으로 인정해주고, 한 살 아기 육아를 위해 이사한 경우는 왜 인정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 “상위 1%도 소득세 낸 성실한 국민”

이달 4일부터 20일까지 ‘2026년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대한 입법 의견을 받고 있는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에는 하루에 800여 건씩 이 같은 입법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 입법 예고에 이렇게 많은 국민이 반대 의견을 올리는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세금 못내면 서울 떠나라니…조세가 주거 안정 흔들어"
특히 지갑이 얇은 고령·은퇴 1주택자를 중심으로 종부세에 대한 불만이 컸다. 정부는 세제 개편안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70%로 상향하고 종부세 부담 상한을 전년 세액의 150%에서 200%로 올리기로 하는 등 초고가 주택의 종부세 부담을 크게 높였다.

장모씨는 “상위 1%도 그동안 소득세를 꼬박꼬박 낸 성실한 국민”이라며 “소수라는 이유로 재산상 불이익을 줘도 된다는 식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허모씨는 세 부담을 200%까지 높이기로 한 데 대해 “고가 주택 세금을 두 배씩 올리는 것은 국가가 개인 재산을 착취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모씨는 “세금을 내기 위해 살던 집을 팔아야 한다면 조세가 주거 생활의 안정까지 흔드는 것”이라고 썼다.

헌법재판소의 과거 종부세 결정 취지와 이번 개편안이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헌재는 2008년 장기간 한 집에 살았거나 별다른 소득이 없어 세금을 낼 여력이 부족한 1주택자에게는 보유 기간과 소득 등을 고려해 세 부담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모씨는 “장기 보유·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기존 세액공제를 과도하게 축소하는 것은 이 같은 헌재 결정 이후 마련된 제도의 취지를 오히려 후퇴시키는 방향”이라고 했다.

◇ 비거주 사유 셀 수 없는데…

양도소득세 개편안을 둘러싼 반발도 계속됐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 2028년까지 20억원, 2029년까지 10억원의 공제 한도를 두는 데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

박모씨는 “장기거주 소득공제는 오랜 기간 한 집에 산 사람이 새로운 터전으로 옮길 때 기존 삶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라며 “장기간 누적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지 않고 공제 한도를 두면 사실상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모씨는 “20~30년 한 집을 오래 보유한 사람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제도”라며 “사고팔기를 반복한 사람보다 장기 보유자를 더 불리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취학·직장·질병·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로 거주하지 못한 기간만 최장 3년까지 거주 기간으로 인정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비판이 많았다.

고모씨는 “층간소음으로 위층 주민과 분쟁이 있어 보유한 집에서 비거주할 수밖에 없었다”며 “사람 사는 세상에 그 사유가 너무나 많은데 몇 가지 이유만을 설정해 놓고 나머지 이유에는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향이냐”고 반문했다. 다른 시민은 “초·중·고를 합치면 12년이고 형제가 있으면 15~18년 제대로 이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거주하지 못하는 개인적 사정은 모두 다르다”며 3년까지만 거주 기간으로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반발이 확산하자 정부는 비거주 사유를 폭넓게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시장에선 정부가 모든 예외 사유를 일일이 판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익환/김일규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