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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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곧게 펴고 바르게 앉는 간단한 '자세 교정'이 업무 수행 역량 등을 높이는 데 도움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서 일하는 책상이나 인체 공학적 환경 등이 개인의 기분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캐나다 맥길대 연구진은 최근 18~33세(평균 연령 20.2세) 남녀 참가자 198명을 대상으로 자세가 감정과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영국 심리학 저널에 실렸다.

연구진은 물리적 자세가 사람의 심리 상태 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기 위해 연구를 설계했다. 정신 질환이 없는 참가자를 모집한 뒤 이들이 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해 특정한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과제 수행을 위해 쓰는 태블릿 기기를 눈높이보다 높게 배치했다. 기기가 높은 위치에 고정됐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야 태블릿 기기에 눈높이를 맞출 수 있었다.

또 다른 그룹은 과제 수행에 쓰는 태블릿 기기를 낮게 배치했다. 몸을 구부려야 기기를 조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꾼 것이다.

두 그룹 모두 기기를 사용하기 전 기분과 감정 등이 어떤지 설문에 참여하도록 했다. 과제를 수행한 뒤에도 같은 설문에 참여하도록 해 과제 수행 전후 변화를 비교했다.

설문은 행복, 두려움, 편안함 등을 평가하는 39개 문항으로 이뤄졌다. 성취감, 자신감, 각성수준, 집중도 등도 함께 파악했다.

이들이 참여했던 과제는 풍선 게임이다. 풍선을 부풀릴 때마다 게임머니를 받게 되는데 풍선이 터지면 보상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참가자가 '풍선을 그만 부풀리고 현금으로 바꾸겠다'고 선택하면 그때까지 받은 게임머니는 그대로 적립할 수 있다. 풍선은 무작위로 1~128회차에 터지도록 설계했다.

과제 수행 결과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야 했던 그룹은 구부정한 자세로 참여했던 그룹보다 더 큰 위험을 감수해 많은 보상을 얻었다.

허리를 곧게 편 그룹이 풍선을 부풀린 횟수는 36.28회로 허리를 구부린 그룹(32.14회)보다 많았다. 허리를 편 그룹이 받은 보상은 게임 머니 701.41달러, 구부정한 그룹은 644.91달러였다.

연구진은 "곧게 편 자세로 과제에 참여한 그룹의 충동성이 높았던 게 아니라 이들이 더 효율적으로 위험을 감수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설문 결과 허리를 곧게 편 바른 자세로 과제에 참여한 그룹은 긍정적 기분과 자부심 등을 더 많이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바른 자세 그룹의 목 각도는 21.06도, 구부정한 자세는 51.57도였다.

그간 물리적 자세가 정신 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바른 자세가 자신감 등 긍정적 기분을 고취하는 데 도움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참가자에게 바른 자세나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라고 지시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연구 참가자가 자신의 자세를 '의식'한 상태에서 연구가 이뤄졌다는 게 한계였다.

이번 연구는 참가자에게 스스로 취할 자세를 설명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해당 자세를 취하도록 설계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실험 참가자는 대부분 자신의 자세가 인위적으로 설계됐다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연구에 응했다.

소규모 연구이기 때문에 "자세만 바꾸면 삶이 긍정적으로 바뀐다고 과대 해석해선 안된다"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다만 직장에서 근무하는 환경을 인체 공학적으로 바꾸는 변화 등이 근로자의 기분과 행동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호르헤 아르모니 맥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설계된 실험 환경에서 확인해 한계가 있지만 신체가 기분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