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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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온순하던 사람이 공격적으로 바뀐다. 시간과 장소를 혼동하고 헛것이 보인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철 고령층이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각별히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뜨거운 날씨 탓에 온열질환으로 중추신경계가 손상돼 생긴 증상일 수 있다.

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온열질환자는 지난달 31일 기준 1781명 발생했다. 이들 중 13명이 숨졌다. 올해 온열질환자 중 65세 이상 고령층은 31.9%(569명)였다.

김준성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온열질환은 고온에 신체가 버티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이라며 "고령층은 고장 난 온도 조절기처럼 적절한 시점에 냉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땀이 나는 것은 체온이 올라가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땀을 내면 피부에서 수분이 기화하면서 몸속 열을 빼앗아 간다. 인체를 도는 혈관도 확장해 열을 내보내기에 좋은 환경을 만든다. 체내 냉각시스템이다.

고령층은 이런 기능이 정교하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땀샘 기능이 약해지면 땀이 잘 나지 않는다. 땀을 흘리는 체온도 높아진다. 혈관 반응도 둔해져 체온이 올라도 잘 확장되지 않는다.

더우면 갈증을 느끼는 감각도 둔화한다. 몸속 수분이 빠져나가는 탈수가 시작되면 뇌는 수분을 보충하라는 명령을 내려야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몸속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더위에 노출되면 '열 발산'과 '혈관 확장' 등이 잘 이뤄지지 않아 체온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

체온이 40도 이상 상승하는 열사병은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응급상황이다. 고령층은 다양한 이유로 젊은 사람보다 무더위에 노출되면 열사병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열사병 초기에 흔한 증상은 과도한 피로감이다. 평소보다 쉽게 지치고 기운이 떨어진다. 간단한 활동조차 버겁게 느껴진다. 휴식을 취하고 물을 마시면 바로 회복되는 단계다.

두통과 어지럼증을 함께 호소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머리가 무겁다, 어지럽다, 눈앞이 흐리다 등의 표현을 하면서 평형감각을 잃고 비틀거릴 수 있다"며 "메스꺼움과 구토, 식욕 감소도 열사병 초기에 호소하는 증상"이라고 했다.

이런 단계에서 증상이 더 진행돼 체온 조절 기능이 망가지면 체온이 점차 올라간다. 피부가 뜨겁고 붉어진다. 이때엔 땀이 거의 나지 않는다.

심박수는 분당 120회 이상으로 빨라지고 혈압이 떨어져 맥박은 약해진다. 심장이 몸을 식히기 위해 무리하게 일하면서 생기는 증상이다. 고령층은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심장 기능이 망가지는 심부전, 부정맥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 생기는 또 다른 증상이 얕은 호흡이다. 대사율이 증가하고 심혈관계 부담이 커지면서 분당 20회 이상 빠르게 밭은 숨을 쉬게 된다.

뇌도 망가진다. 체온이 42도를 넘으면 뇌세포는 손상되기 시작한다. 반응이 느려지다 의식을 잃게 된다. 김 교수는 "평소 온순하던 사람이 갑자기 공격적으로 바뀌거나 반대로 매우 조용해질 수 있다"며 "시간이나 장소를 혼동하고 없는 것을 본다고 하거나 이상한 말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팔다리가 떨리거나 경직되고 전신 경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횡설수설하고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을 못 하게 된다. 똑바로 걷지 못하고 비틀거리거나 넘어지기도 한다.

열사병이 의심되면 바로 119에 신고해야 한다. 환자는 바로 시원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 에어컨을 켠 실내로 옮기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근처에 이런 장소가 없다면 그늘진 곳도 좋다. 옷을 벗기고 허리띠처럼 몸을 조이는 것은 풀어야 한다.

큰 혈관이 지나가는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부근에 젖은 수건 등을 대는 것도 도움 된다. 다만 인체 냉각 시스템이 망가진 환자를 바로 얼음물에 담그는 것은 좋지 않다.

혈관이 갑자기 수축해 열을 내보내지 못할 수 있어서다. 심장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 서서히 체온을 낮추는 게 좋다. 김 교수는 "의식이 있다면 조금씩 물을 마시게 하는 게 좋다"며 "다만 한 번에 물을 많이 마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의식이 흐리거나 구토하는 사람에게 물을 억지로 먹이면 질식할 수 있다. 삼가야 한다.

열사병은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면 가급적 외출을 삼가야 한다. 밖에 나가야 한다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시간을 택하는 게 좋다. 정오부터 4시까지는 외출을 피해야 한다.

물은 갈증을 호소하기 전에 미리 마시는 게 좋다. 하루 최소 8잔 이상을 마셔야 한다. 염분 보충을 위해 이온 음료를 마시거나 소금을 조금 넣은 물을 마시는 것도 좋다.

헐렁하고 통기성 좋은 밝은색 옷을 입고 외출할 땐 모자나 양산을 활용해야 한다. 김 교수는 "고령층이라면 스스로 '더위에 강하다'고 과신해선 안 된다"며 "나이 들면서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