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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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어치를 팔면 얼마가 남을까요. 남는 돈은 판 돈에서 비용을 뺀 것이니, 장사만 해서는 아무리 잘해도 100원을 넘길 수 없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SK하이닉스가 내놓은 2분기 성적표에는 그 상식을 벗어난 숫자가 찍혔습니다. 매출 79조3187억원에 순이익 93조9226억원. 판 돈보다 남긴 돈이 14조원 넘게 많습니다. 순이익률로 쓰면 118%입니다.

118%의 정체

기업의 순이익은 본업으로 번 영업이익에 본업 바깥에서 생긴 손익을 더하고 법인세를 뺀 값입니다. 본업은 판 돈에서 비용을 빼는 구조라, 본업만으로는 순이익이 매출을 넘을 수 없습니다. 매출보다 많이 남기려면 본업 밖에서 매출과 맞먹는 큰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런 일은 흔치 않죠.

이번이 그 예외였습니다. SK하이닉스가 실적발표에서 밝힌 2분기 순영업외이익은 62조2000억원. 투자자산을 팔거나 값이 오르며 생긴 이익 63조3000억원이 반영됐고,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 이익 1조1000억원도 붙었습니다. 본업 영업이익이 60조5426억원인데, 본업 밖에서 그보다 큰돈이 들어온 겁니다.

그렇게 법인세 차감 전 이익은 122조7000억원. 국내 기업의 분기 실적을 통틀어 100조원을 넘긴 건 처음이라는 집계가 나옵니다. 종전 분기 순이익 기록은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세운 47조2253억원이었는데, SK하이닉스가 이를 두 배 수준으로 갈아치웠습니다.

8년 묵힌 4조원 '잭팟'

사진=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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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투자자산의 정체는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 옛 도시바메모리입니다. 시계를 2017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그해 도시바가 경영난에 알짜였던 메모리 사업부를 떼어내 매물로 내놓자, SK하이닉스는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이끄는 한·미·일 연합에 합류해 인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애플, 델, 시게이트까지 얽힌 이 인수전은 도시바의 분사 발표 이후 271일을 끈 끝에 2017년 10월 매듭지어졌고, SK하이닉스는 이듬해인 2018년 5월 3950억엔(약 4조원)의 대금 납입을 완료했습니다.

투자금은 특수목적회사(SPC) 두 곳으로 나눠 들어갔습니다. 하나는 상장 시 차익을 노린 펀드 출자, 다른 하나는 나중에 키옥시아 지분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CB)였죠. 대신 의결권 지분은 10년간 15% 이하로 묶였고 기밀 정보에도 접근할 수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경쟁사에 4조원을 넣고도 경영에 손을 댈 수 없는 구조라, 일각에서는 '당장의 실익이 무엇이냐'는 의문부호를 붙이기도 했죠.

그렇게 8년이 지나 이 투자가 빛을 발한 겁니다. 차익 회수용이던 1호 법인 몫은 지난 6월 지분 매각을 마쳤고, 아직 들고 있는 전환사채는 지분으로 환산하면 14.17%. 이번 분기 투자자산 이익 63조원대의 대부분이 이렇게 판 돈과 들고 있는 돈에서 나왔다는 게 업계 분석입니다.

일회성 이익을 걷어내도 성적은 사상 최대입니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76%. 100원어치를 팔면 본업에서만 76원이 남았습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131조895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었고, 회사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 10여곳과 장기공급계약(LTA)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무조건 가자"

사진=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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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따라가면 2012년이 나옵니다. SK그룹은 그해 2월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하이닉스를 인수했습니다. 그룹 안에서도 반대가 적지 않았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밀어붙인 결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공장 증설을 이어가는 한편 2017년 키옥시아 인수전 참여, 2020년 10조원 넘게 들인 인텔 낸드 사업부(현 솔리다임) 인수까지 굵직한 베팅을 거듭했습니다.

두 베팅 모두 한동안 '비싸게 샀다', '무모한 도박'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습니다. 솔리다임은 인수 후 3년 넘게 적자를 내며 'SK의 실수'로까지 불리다가, AI 서버용 기업용 SSD 수요가 터진 2024년에야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키옥시아 지분은 8년을 묵혀 이번 분기 60조원대 이익으로 돌아왔습니다.

최 회장은 키옥시아 인수를 결단하면서 "무조건 가자"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전해집니다. "SK하이닉스가 행복해질 때까지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직접 뛰겠다"는 '최태원의 매직'. 이제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