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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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콜라 등 가당 음료를 많이 마시면 성인이 됐을 때 고혈압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루에 한 번만 가당 음료를 생과일이나 우유, 물 등으로 바꾸는 습관을 들이면 고혈압 위험이 낮아진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미국심장협회는 이런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가당 음료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설탕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은 최근 미국심장협회 공식 학술지(서큘레이션)에 어릴 때부터 설탕이 든 음료를 마시는 습관을 들인 사람은 성인이 됐을 때 고혈압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미국 청소년(9~16세) 2만5749명을 최장 25년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추적관찰 종료 시점 이들의 평균 연령은 36세였다.

첫 참가자는 1996년, 두 번째 참가자는 2004년 모집해 2021년까지 1~4년마다 평소 즐겨 먹는 음식을 설문 조사하는 방식으로 생활 습관과 건강 상태, 식습관을 파악했다. 연구를 시작할 때 고혈압이 있었던 사람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가당 음료, 과일주스, 과일 섭취량과 고혈압 발생률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분석했다.

참가자 중 고혈압 진단을 받은 사람은 1625명(6.3%)이었다. 음식 등을 통한 전체 과당 섭취량과 고혈압 발생률 사이엔 연관성이 없었다. 생과일 섭취량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탄산음료 등 가당 음료와 오렌지주스 등 과일주스를 많이 섭취한 그룹은 고혈압 발생률이 높아졌다.

어릴 때부터 매일 가당 음료를 두 캔 이상 마신다고 답한 사람은 이들 음료를 매주 세 캔 미만으로 적게 마신 사람보다 고혈압 발생 위험이 52% 높았다. 한 캔은 12온스(355mL)를 기준으로 계산했다.

가당 음료 중 탄산음료를 매일 한 캔 마신 사람들은 가장 적게 마신 사람보다 고혈압 위험이 23% 높았다. 스포츠음료를 매일 한 캔 마시면 고혈압 위험은 36% 높아졌다.

매일 과일주스를 1.5잔 넘게 마시는 사람은 매주 한 잔 미만 마시는 사람보다 고혈압 발생 위험이 35% 높았다. 과일주스 한잔은 8온스(237mL)로 계산했다.

주스별로 보면 오렌지주스를 매일 한 잔씩 마시는 사람은 고혈압 발생 위험이 20% 높았지만 사과주스 등 다른 주스를 마시는 사람은 고혈압 위험이 커지지 않았다. 설문 참가자들이 설탕이 많이 든 오렌지 맛 음료를 오렌지 주스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모델링 분석을 통해 가당 음료와 과일주스를 사과·배·오렌지·바나나·포도·딸기·복숭아·멜론·망고 등 생과일과 우유, 물로 대체했을 때의 효과도 파악했다.

매일 가당 음료를 한 캔씩 생과일로 대체하면 고혈압 위험은 22%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주스를 생과일로 대체하면 고혈압 발생 위험은 19% 내려갔다.

가당 음료를 우유나 물로 대체해도 고혈압 발생 위험은 최대 13% 낮아졌다. 다만 과일주스를 우유나 물로 대체했을 땐 고혈압 발생률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고혈압은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흡연 등은 고혈압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연구진은 "탄산음료와 스포츠음료 등 가당 음료 섭취량을 제한해야 한다"며 "과일주스는 소량만 섭취한다면 문제없지만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가당 음료보다 생과일을 섭취하는 게 건강에 더 좋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미트 케라 텍사스대 내과 교수는 "어릴 때부터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게 성인이 됐을 때 건강 위험 요인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고혈압 발생엔 전체 과당 섭취량보다 먹는 음식의 종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라고 했다.

그는 "'과일 주스가 건강에 좋다'거나 '과당은 무조건 심혈관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했다.

미국심장협회는 설탕이 든 가당 음료 섭취를 줄이기 위한 사회운동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설탕이 든 가당 음료에 세금을 부과해 이들 음료 소비를 줄이는 '설탕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