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최후의 수단’이라던 부동산 증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에게 지금보다 두 배에서 다섯 배에 이르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물리기로 했다. 부동산 세제를 합리화한다는 취지지만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올리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매물 잠김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경제부는 3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2026년 세제 개편안’을 확정했다. 핵심은 부동산세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보유세 강화 방침에 맞춰 종부세를 대폭 인상한다. 정부는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종부세 세율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가액으로 바꾸기로 했다. 세율은 2028년부터 0.5~5%로 단순화한다. 종부세 과세표준 7개 구간 중 5개 구간의 세율이 올라간다.

이에 따라 공시가 21억원(시가 약 30억원)이 넘는 약 16만8000가구(호)의 종부세가 늘어난다. 전국 상위 1.1%, 서울 상위 5.8% 가구에 해당한다. 공시가 35억원(시가 약 50억원)부터는 세 부담이 최대 다섯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강남·서초구 전용면적 84㎡ 이상 아파트, 용산구 고가 단지 등 약 3만 가구(전국 0.2%, 서울 1.1%)가 대상이다.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의 양도세도 크게 올린다. 장기보유특별공제 명칭을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변경하고 보유 공제를 거주 공제로 전환해 비거주 주택 세 부담을 늘린다. 거주에 따른 공제를 받더라도 초고가 아파트는 양도세 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다. 2028년 20억원, 2029년엔 10억원의 공제 한도를 신설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세 중과를 내년부터 2년간 한시 완화해 ‘퇴로’를 열어준다. 2029년부터는 중과세율을 원래대로 높이는 만큼 결국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올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내년 종부세가 올해보다 8000억원가량 더 걷힐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내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누적 기준으로는 약 9조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태양광 등 6대 분야에 대해 국내에서 생산·판매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신설하는 방안도 이번 개편안에 담았다. 주차장 등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배제하는 한편 제3자 사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과세특례를 신설한다. ‘주가 누르기’에 해당하는 상장주식은 평가 방법을 바꿔 과세한다.

메이플자이 종부세 453만원→978만원…비거주 땐 1970만원
집값·실거주 따라 稅부담 2~5배…3주택 이상 70억 초과땐 9천만원

내년부터 시가 30억원이 넘는 ‘똘똘한 한 채’의 종합부동산세가 늘어난다. 시가 50억원 이상은 집값과 연령, 거주 여부 등에 따라 두 배에서 다섯 배까지 종부세 부담이 커진다. 정부가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 개편안’을 적용한 결과다.

◇세 부담 상한율도 200%로 상향

이번 세제 개편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1가구 1주택 기준 공시가 14억원(시가 약 20억원) 초과 시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다. 기본공제는 거주용 1주택이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늘어나고, 비거주 1주택은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어든다. 1가구 1주택 거주자의 세 부담을 완화하되 비거주자의 부담은 높이는 것이다.
450만원이던 종부세가 1970만원…결국 '최후의 수단' 꺼냈다
6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서울 1가구 1주택과 지방 1·2주택이 내년부터 70%로 올라간다. 3주택 이상은 내년 70%, 2028년 80%로 더 높아진다. 그동안 시가가 과세표준에 덜 반영됐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450만원이던 종부세가 1970만원…결국 '최후의 수단' 꺼냈다
세율은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 기준으로 단계적 일원화한다. 똘똘한 한 채로 쏠리는 현상을 막겠다는 취지다. 현재 1·2주택은 과세표준에 따라 0.5~2.7%, 3주택 이상은 0.5~5.0% 세율이 적용된다. 내년엔 1·2주택과 3주택 이상 모두 과표 6억~12억원 구간 세율이 1.0%에서 1.3%로 올라간다. 2028년에는 모든 주택 세율이 구간별 0.5~5.0%로 통일된다.

1가구 1주택의 종부세 세액공제율도 바뀐다. 60세 이상 최대 40%, 5년 이상 보유 최대 50%인 공제율을 연령 공제는 놔두고, ‘보유’ 공제를 ‘거주’ 공제로 바꾸기로 했다. 내년에는 보유에 대해 기존의 절반만 공제하고 2028년에는 5년 이상 거주 최대 50%로 전환한다.

세액공제 한도도 신설한다. 내년 800만원, 2028년에 600만원까지만 공제한다. 비싼 집일수록 혜택을 많이 받는 역진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세 부담 상한율을 직전 연도 보유세의 150%에서 200%로 상향해 개편 효과를 더 높이기로 했다.

◇초고가·비거주·다주택 세 폭탄

이번 종부세 개편의 특징은 공시가 21억원(시가 약 30억원)까지는 종부세가 소폭 줄어든다는 점이다. 기본공제가 늘어나는 영향이다. 공시가 21억원이 넘으면 세 부담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28억~35억원은 완만하게, 35억원 이상부터는 대폭 늘어난다.

예컨대 공시가 35억원인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거주 시 두 배, 비거주 시 다섯 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60세인 사람이 시가 약 50억원인 서울 잠원동 메이플자이(전용면적 84㎡)를 10년간 보유하며 거주했다면 종부세는 올해 453만원, 내년 614만원, 2028년 978만원으로 늘어난다. 같은 메이플자이라도 10년 동안 거주하지 않고 보유만 했다면 종부세가 올해 453만원에서 내년 1254만원, 2028년에는 1970만원으로 뛴다.

집값이 비쌀수록 세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시가 70억원 수준(공시가 50억원)인 서울 강남구 현대8차(전용 163㎡) 종부세는 60세인 소유자가 10년 거주했을 때 올해 937만원에서 2년 뒤 3295만원으로 높아진다. 10년간 보유만 했을 땐 4480만원으로 늘어난다.

3주택 이상은 ‘세 폭탄’ 수준이다. 같은 가액의 주택 세 채 합계가 시가 70억원이고, 이 가운데 한 곳에 살고 있다면 종부세는 올해 3467만원, 내년 5758만원, 2028년 7225만원으로 급증한다. 재산세까지 합친 보유세는 2028년 9010만원에 달한다.

김일규/임근호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