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가 업계 최고 수준으로 꼽혀온 사내 대출 복지를 축소한다. 사내 대출과 금융권 대출을 중복해서 받을 수 없게 변경해 이른바 ‘영끌’ 주택 매수를 막으려는 움직임이다. 사내 대출이 부동산 구매 수요를 부추긴다는 금융당국의 인식에 선제적으로 제도를 손본 것으로, IT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두나무, 은행·사내 중복대출 금지… IT업계 대출 복지 축소 확산되나
31일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는 최근 임직원 설명회를 열고 앞으로 신규 사내 주택자금대출을 집행할 때 회사가 해당 주택에 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은 시중은행 등에서 추가·후순위 대출을 받기 사실상 어려워진다. 대출 대상 주택도 매매가 25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사내 대출과 금융권 대출을 결합해 고가의 주택을 사는 영끌 매수에 징검다리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셈이다.

두나무가 제도 축소에 나선 배경에는 부동산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부 기조가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해오던 정부는 최근 대기업의 대표 복지로 여겨지던 사내 대출을 주택 수요의 주요 배경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공익을 위해 사내 대출에 대한 규제가 일정 부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도 부동산 시장에선 전세·월세·매매가가 동시에 강세를 보이는 등 집값 상승세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IT 업계 내 최고 수준의 사내 대출 제도를 운영했던 두나무가 대출 축소 조치에 나선 데엔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두나무는 그동안 5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까지 무이자로 대출을 내줬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도 포함되지 않는 5억원의 추가 구매 자금이어서 직원들 사이에선 ‘집 안 사면 손해’라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두나무를 계기로 다른 IT·통신 기업들도 뒤따라 사내 대출을 손질할 가능성도 있다. 토스 역시 6개월 이상 근속한 직원에게 최대 1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준다. 카카오, 카카오페이, 네이버 등 굵직한 IT 기업들도 은행권 대출금 1억5000만~3억원에 대한 이자 중 일부를 회사에서 지원한다. KT는 최대 2억원을 연 1% 금리로, SK텔레콤은 최대 1억원을 연 1.2% 금리로 대출해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내 대출을 지렛대로 삼아 주택 매수를 준비했던 IT 업계 직원들 사이에서 계획이 틀어질까 불안감이 커지는 중”이라고 전했다.

허진 기자 h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