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오너 3세’ 책임경영 시대를 열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수석부회장으로,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부회장으로, 김동선 한화비전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승연 회장이 지난해 지분 증여를 통해 승계 작업을 시작한 데 이어 이번 인사로 한화 3형제가 핵심 사업을 나눠 맡는 경영 체제가 완성됐다는 평가다. 한화의 계열 분리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영수업 마무리 수순…계열 분리 숙제

한화, 43세 김동관 수석부회장 체제로…3형제 계열사 책임경영
30일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김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책임경영 체제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김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 22.65%의 절반인 11.32%를 김 수석부회장에게 증여한 이후 이뤄진 인사여서 이런 해석에 더욱 힘이 실린다. 지난 5월 기준 ㈜한화 지분율은 한화에너지 23.55%, 김 회장 12.04%, 김 수석부회장 10.38%, 김 부회장 5.71%, 김 사장 5.71%다. 김 수석부회장이 한화에너지 지분 50%를 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실질적인 ㈜한화 지분은 22.16%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에 이어 수석부회장이라는 직위까지 확보하면서 김 수석부회장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졌다”며 “앞으로 추가적인 지분 정리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수석부회장은 2010년 차장으로 한화에 합류한 뒤 한화솔라원, 한화큐셀,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거치며 16년간 경영수업을 받았다. 2022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주도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K9 자주포 등 방산 사업 수출을 늘렸다.

이번 승진은 단순한 직급 인상이 아니라 인적분할 이후 3형제의 역할을 명확히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성장 축인 방산·조선·에너지 사업을 총괄하고, 김 부회장은 금융 부문을 책임지는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사장은 신설되는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를 통해 로봇·자동화 등 테크 사업과 호텔·리조트 등 라이프 사업을 맡는다.

계열 분리라는 큰 숙제는 남았다. ㈜한화 인적분할을 시작으로 주력사 지분 교환 등을 거쳐야 한다. 3형제가 지배하는 한화그룹 승계의 핵심 회사인 한화에너지 상장 가능성도 나온다.

◇한화에어로 등 계열사 대표 교체

한화는 이날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도 발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부문 대표에는 이부환 부사장이 내정됐다. 이 대표 내정자는 유럽법인장과 PGM사업부장을 지낸 지상무기체계 연구개발(R&D) 및 해외사업 전문가다. 한화시스템 대표에는 양기원 한화임팩트 대표가 내정됐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대표이사는 양사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가 대표 교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손 대표가 경찰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만큼 해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체제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두 회사 대표이사가 분리된 이유에 관해 업계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두 회사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높이는 게 중요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방산 수출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한화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보가 본격화하는 만큼 사업별 경영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임팩트 대표에는 강정훈 한화토탈에너지스 대산공장장이, 한화자산운용 대표에는 임동준 전략사업유닛장이 내정됐다. 한화세미텍은 김기철 한화비전 대표가 대표를 겸직하며 반도체 장비 사업 확대를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한화의 승계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며 “3형제가 각자의 사업을 책임지는 체제가 본격화하면서 한화의 미래 성장 전략도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안시욱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