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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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굴기에 반도체 자립까지 ‘레드테크’(중국 최첨단 기술) 기세가 무섭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국채 발행에 전방위적 세수 확보까지 병행하며 재원 조달에 부심하고 있는 것이다. 내수 위축 대응과 첨단산업 육성 과정에서 전례 없는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가 대규모로 자금을 투입해 신산업을 육성하는 산업 정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세금 더 걷고, 빚 더 내고

내수 부양·AI 투자 돈줄 마르자…빚 늘리는 中
30일 중국 국내외 매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대대적인 재정 확보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올 3분기 국채·지방채 순발행액이 4조2000억~4조4000억위안(약 935조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전 분기 최대치인 전년 동기의 약 3조8000억위안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화촹증권 등은 올 3분기 중앙정부 국채 발행액이 약 2조1000억위안, 지방채 발행액이 2조1000억~2조3000억위안에 달할 것으로 봤다.

세수 확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 들어 중국 당국은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해 과세 범위와 면세 기준을 통합했다. 전체 세수의 38%를 차지하는 부가가치세를 정비해 세금 누수를 막기 위해서다. 해외 신탁에 이전한 주식·부동산 가치 상승분과 운용 소득에 20% 세금을 매기기로 하고 과거 미납분에 대한 소급 추징에 나섰다. 전자상거래와 해외 투자 소득의 실시간 징수 체계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세무 공무원 2만5000명을 충원했다.

신규 세금도 도입할 방침이다. 전기차에 도로세와 도로유지비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4397만 대에 이르는 중국 내 전기차가 새로운 세금을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기차들은 충전량과 주행거리, 차량 중량에 따라 도로 이용료를 부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굴기 뒤의 자금난

이 같은 전례 없는 자금 조달 노력에는 내수 살리기와 첨단 기술 투자라는 중국 정부의 정책 목표가 깔려 있다.

올 2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3%에 그쳤다. 2022년 말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 상반기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고, 6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1%대에 멈춰 섰다. 가계 소득 감소, 부동산 자산 가치 하락으로 위축된 내수 소비와 민간 투자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재정을 어느 정도 쏟아부어야 내수를 살릴 수 있을지 현재로선 가늠하기도 힘들다.

지방정부의 재정 위기도 중앙정부가 메워야 하는 구조다. 현지 연구기관 관계자는 “지방정부 재정 위기가 중앙정부에는 가장 큰 골칫거리”라며 “그간 지방정부는 국유 토지를 부동산 개발업체에 매각한 자금으로 세입을 충당했지만, 자금줄이 막히면서 중앙정부가 자금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AI와 로봇·반도체산업에 대규모 투자도 지속해야 한다. AI 분야에서 문샷AI와 딥시크 등이 성과를 내고 있지만 관련 총 투자 규모는 미국의 10%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음이 급하지만 대외 개방도가 떨어지는 자본시장에서 충분한 민간 자본을 조달하기 힘들고, 그 공백을 정부 투자로 메워야 한다.

최근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의 상장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증시에서 민간 자본을 조달해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실탄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한 반도체산업과 AI산업 육성에 중국 정부도 힘이 부치는 것 같다”며 “AI 붐이 꺼지면 중국이 목표로 하는 관련 산업의 민간 자본 조달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