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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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폭락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투자자들의 경고 신호로 번지고 있다고 외신들이 분석했다. 매체들은 코스피 급락으로 수백만 명의 개인투자자가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며 이를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꺾이기 시작한 첫 번째 신호로 진단했다.

"올해 번 돈 다 잃게 생겼다"…불개미의 절규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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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주가 폭락으로 주식이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한국 투자자 수백만 명이 전례 없는 손실을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올해 초 AI 열풍으로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개인투자자 송모씨(60세)는 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최근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순식간에 60% 이상 손실을 기록했다. 송 씨는 "이렇게 빠른 폭락은 외환위기 때도 없었다"며 "올해 번 돈을 다 잃게 생겼다"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지만 불과 이틀 만에 16% 급락하며 지수는 4월 초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ETF를 활용해 반도체주에 집중 투자했지만 삼성전자 투자자 절반, SK하이닉스 투자자의 70%가 손실을 보고 있다.

소액주주 권익옹호단체인 한국기업지배구조포럼의 이나무 회장은 "레버리지 ETF 매도가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며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원금 대부분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에 예치된 개인 투자자 예탁금은 6월 최고치인 139조7000억원에서 최근 107조원으로 줄었다.

또 신용융자 잔액도 38조6000억원에서 33조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금융당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을 승인한 것도 변동성을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유진자산운용의 하석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 분위기가 너무 좋다 보니 올해 많은 초보 투자자가 뛰어들었고, 그래서 손실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단일종목레버리지 ETF 관련 채팅방에는 70~80%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한 투자자는 "언제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며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서 65% 손실을 본 심정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이는 "내 인생 망했다. 빠져나갈 길이 없다"고 적었다.

심종민 CLSA 애널리스트는 "많은 개인이 이미 주가가 크게 오른 뒤에 시장에 들어와 전례 없는 손실을 보고 있다"며 "시장이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으며, 펀더멘털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시장은 가격 발견 메커니즘(매수·매도자가 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적정 가격을 찾는 과정)을 잃어버린 것 같다"면서 "기관은 변동성을 피하고 개인은 두려움에 자금을 빼면서 악순환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회복이 더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석근 CIO는 "한 달 남짓한 기간에 투자자들의 운명이 급격히 뒤바뀌었다"며 "많은 투자자가 막대한 손실과 변동성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는데, 이 같은 급격한 조정은 투자자의 정신 건강까지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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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붕괴, 글로벌 AI 버블 전조일 수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국 증시 급락은 AI 산업 전반에 퍼진 투자자의 불안을 선반영하고 있다는 외신 분석도 이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최근 이어진 코스피 하락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이라며 "AI 산업과 관련한 우려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특히 코스피 지수가 올해 초 대비 약 34% 상승했지만 최근 1개월 동안에만 33%에 이르는 하락폭을 보였다는 데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또 반도체 시장에서 결국 공급 과잉이 벌어지면서 업황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점차 고개를 들며 투자자들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증시가 이러한 불안감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신호탄 역할을 하면서 전 세계 증시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한국 증시 호황이 극단적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앞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질 사태의 전조증상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AI 산업 발전에 가장 먼저 큰 수혜를 본 국가로 꼽히는 만큼 이를 빠르게 잃는 것도 불가피한 수순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투자자들의 부정적 시각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여전히 낮은 수준의 주가수익비율(PER)로 거래되는 것은 이들 기업의 성장세가 이미 정점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는 시장의 판단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고객사들이 공급사들과 체결한 계약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는 "AI 버블이 붕괴한다면 충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도 "투자자들은 AI 시장이 저절로 성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가고 있다"며 "반도체 장기 호황을 믿고 있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신중한 시각을 둬야만 하는 시점"이라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AI 기반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23% 내린 5593.56으로 장을 마쳤다. 사흘간 17%나 빠진 셈이다. 이날 지수는 0.33% 오른 5681.77로 출발해 장중 등락을 거듭했지만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며 한때 5976.82까지 오르기도 했다. 다만 지수는 이후 다시 하락 전환하는 등 하루 종일 오락가락 장세를 이어가다 결국 약세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2.70% 내린 644.78로 장을 마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