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무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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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 움직임이 패션과 가전으로 번지고 있다. 다음달부터 햇반과 라면, 음료는 물론 슬랙스와 재킷, TV와 냉장고 가격까지 잇따라 오른다. 고환율과 원부자재 가격 변동, 물류비·인건비 상승이 겹치면서 그동안 원가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해온 기업들이 한꺼번에 가격 조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신사 스탠다드, 220개 상품 가격 인상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가 운영하는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는 8월 4일 오전 9시부터 220개 상품의 판매 가격을 인상한다. 전체 상품의 약 5.8%에 해당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가격 조정 대상은 재킷과 코트, 바지 등 일부 의류다. ‘테이퍼드 히든 밴딩 크롭 슬랙스’는 3만9900원에서 4만9900원으로 25.1% 오르고, ‘베이식 블레이저’는 8만9900원에서 9만9900원으로 11.1% 인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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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스탠다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워 성장한 브랜드다. 국내 대표 SPA 브랜드가 두 자릿수 인상률을 적용하면서 다른 중저가 패션 브랜드도 가격 조정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무신사 관계자는 “제조 공정 효율화와 대량 생산 시스템 고도화 등을 통해 원가 상승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해왔다”며 “글로벌 원부자재 가격과 국제 유가 등 거시경제 지표의 변동성이 장기화해 일부 품목의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식품 이어 패션까지 ‘도미노 인상’

패션업체들은 원단과 부자재 대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거나 해외 생산기지를 활용한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 같은 물량을 들여오는 데 필요한 원화 비용이 늘어난다. 섬유와 단추, 지퍼, 포장재 가격뿐 아니라 해외 공장에서 국내 물류센터와 매장까지 제품을 운송하는 비용도 판매 가격에 영향을 준다.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도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패션업체에 부담이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최근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핵심 상권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다. 매장 수가 많아질수록 임차료와 매장 인력, 재고 관리 등에 들어가는 고정비도 함께 증가한다.

의류 물가는 이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의류·신발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2.6%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의류 가격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식품업계도 앞다퉈 가격 인상

가격 인상은 식품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코카콜라음료는 다음달 1일부터 편의점에 공급하는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 환타 등 52종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한다. 코카콜라와 코카콜라 제로 500mL 제품의 편의점 판매 가격은 2400원에서 2600원으로 8.3% 오른다.

롯데칠성음료도 음료 44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5.3% 올린다. 원당과 농축액 등 원재료뿐 아니라 페트병과 알루미늄캔 등 포장재 가격, 물류비 상승이 가격에 반영됐다.

농심은 다음달 1일부터 용기면과 스낵, 음료 등 43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5.8% 인상한다. 용기면은 평균 6.0%, 스낵은 5.5%, 음료는 7.7% 오른다. 육개장사발면은 소매점 기준 1100원에서 1200원으로, 새우깡 90g은 1500원에서 1600원으로 각각 조정된다. 봉지라면 가격은 동결했다.

CJ제일제당은 햇반과 만두, 생선구이 등 27개 품목의 가격을 올린다. 햇반은 유통 채널에 따라 약 12%, 만두류는 평균 4.6%, 생선구이 제품은 8.4% 인상된다. 대형마트에는 30일부터, 편의점에는 다음달 1일부터 조정된 가격이 적용된다.

사조도 다음달 3일부터 참치캔 출고가를 약 10% 인상한다. 꽁치·고등어 통조림은 약 20%, 고추장과 된장 등 장류와 참기름·들기름은 각각 약 12% 오른다. 수산물과 유지류 등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이 누적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TV·냉장고도 오른다

외식 가격도 동반 상승한다. 던킨은 다음달 2일부터 도넛 39종의 가격을 평균 6.5% 올린다. 뚜레쥬르도 빵과 케이크 등 76종의 가격을 평균 5%대 인상한다. 밀가루와 유지류, 초콜릿, 계란 등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임차료 상승이 겹친 영향이다.

가전업계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TCL코리아는 다음달 1일부터 TV 전 제품과 일부 냉장고·세탁기의 출고가를 약 5% 인상할 예정이다. 메모리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을 비롯한 핵심 부품 가격과 국제 운송비 상승을 이유로 들었다.

가전제품은 부품을 달러로 결제하는 비중이 높아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특히 TV는 디스플레이 패널과 메모리반도체, 냉장고와 세탁기는 철강·구리·합성수지 등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받는다. 원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다른 가전업체도 할인 폭을 줄이거나 신제품 출고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 가격 인상 도미노 올 것"

기업들이 상반기까지 가격 인상을 미룬 것도 하반기 인상 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 부진과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를 고려해 판촉비를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누적된 비용 부담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소비자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2.0%, 의류·신발은 2.6%, 가정용품·가사서비스는 2.7% 각각 올랐다. 이번에 발표된 가격 인상분이 다음달부터 본격 반영되면 생활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인상이 특정 업종에 한정된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식품업체는 원재료와 포장재, 패션업체는 원단과 해외 생산비, 가전업체는 반도체와 금속 가격 상승에 각각 노출돼 있지만 고환율과 물류비·인건비 부담이라는 공통 요인을 안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원가 상승분을 판촉 축소와 비용 절감으로 버텨왔지만 환율과 원부자재 가격의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한계에 도달했다”며 “소비 저항이 적은 일부 품목부터 가격을 올린 뒤 시장 반응을 살피는 움직임이 다른 업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 기자의 장바구니는 기자가 직접 담은 현장 체감 물가와 식품·유통 트렌드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몰 등을 오가며 실제 장바구니에 담긴 가격 변화를 추적하고, 신제품 출시와 소비 흐름까지 함께 짚습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